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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샘물교회 사건 사과할 생각 없지만 한국과 협력하고 싶어”

중앙일보

입력

수하힐 샤힌 탈레반 대변인 [SBS 캡처]

수하힐 샤힌 탈레반 대변인 [SBS 캡처]

미군 철수 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 중인 탈레반의 대변인이 “샘물교회 납치 살해 사건을 사과할 생각은 없지만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수하힐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6일 공개된 S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대사관을 철수했는데, 앞으로 한국 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모든 대사관을 보호한다고 이미 발표했다. 직물이나 자동차 수입 등에서도 한국과 경제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니 아프간에 대사관을 두는 것은 한국에게도, 우리에게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 대변인 3인 중 한 명으로, 20년 전 탈레반 정부의 파키스탄 부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이다.

또 “한국은 파괴된 나라를 재건한 역사가 있다”며 “그것은 아프간에 매우 필요한 경험이며, 공유해준다면 환영하고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참여를 원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왜 마다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샤힌 대변인은 ‘한국 정부에 협조한 아프간인 400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협조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우린 외국 군대와 정부, NGO(비정부기구)에 협조한 사람들을 대사면 하겠다고 했다 다른 나라에 가려는 사람에게 여권과 비자가 있다면 나가는 데 제한이나 금지된 건 없다. 언제든 나가고, 또 들어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권, 한국 비자, 여행 서류가 있다면 (아프간인의 추가 한국행도) 가능하다”고도 했다.

샤힌 대변인은 “(미군 철수는) 20년간 점령당한 우리나라와 국민들에게 기쁜 순간이다. 우린 독립을 쟁취했다”며 “(지금껏) 소수의 부패한 공무원들이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동안 다수의 사람은 절대 빈곤 속에 살았다. 그래서 우리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아프간 개발과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중앙은행 자금이 동결된 상태다. 이 동결이 해제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탈레반 정부가 미군이 남긴 무기를 북한에 팔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말에는 “근거 없는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떤 나라에도 팔지 않는다”며 “우리의 안전을 위한 무기를 왜 다른 나라에 파나”라고 말했다. “북한과 따로 맺은 관계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2007년 고(故) 윤장호 하사 살해사건과 샘물교회 납치 살해 사건과 관련,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 당시 아프간은 점령당한 상태였고 한국은 점령군의 일부였다. 그건 지나간 일로 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아프간 국민 수십만 명도 점령군에 살해당했고 폭격기와 드론 폭탄을 맞고 죽은 비극적인 사연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와 함께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고 싶다”며 “우리는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IS-K(이슬람국가의 지부인 ‘이슬람 국가 호라산’)가 카불 공항 테러에 책임이 있는데, 이에 대한 탈레반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과거 나라가 점령됐을 때는 싸움이 정당화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점령이 모두 끝났고 이슬람 국가가 세워졌다”며 “그들이 이슬람 정부(탈레반)의 통치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조처할 것”이라고 답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에 대해선 “여성들은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요구하는 시위 참여도 보장하느냐’는 질문엔 “많진 않지만, 유명한 시위꾼들이 있다. 그들은 지도층에 욕설을 퍼붓고 탈레반 병사들을 자극한다”며 “그들은 IS 멤버일 수도 있다. 그들은 평화로운 시위를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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