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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도 예외 없는' 텍사스 낙태 금지법…美 찬반 대결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낙태 금지법'을 찬성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낙태 금지법'을 찬성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말 미국 텍사스주(州) 리처드슨의 프레스턴우드 산부인과는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그런데 이달 1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환자가 뚝 끊겼다. 이날부터 텍사스주에서 시행된 낙태 금지 법안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텍사스주가 도입한 '심장박동법(Heartbeat Bill)'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부터 성폭행 등 사유를 불문하고 낙태를 금지한다. 대부분의 여성이 6주 이내에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사실상 낙태 전면 금지로 여겨지고 있다.

텍사스발 '낙태 금지법' 논쟁이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미국에서 낙태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대표적 논쟁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텍사스주처럼 공화당세가 강한 아칸소, 플로리다 등 7개 주가 비슷한 낙태 금지법 도입을 시사했다. 미국 내에서도 낙태를 반대해온 가톨릭 교계와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낙태금지법에 찬성한다.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전경. 연방대법원은 1일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안을 시행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AP=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전경. 연방대법원은 1일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안을 시행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AP=연합뉴스]

NYT는 텍사스에서 낙태금지법이 통과되는 데는 이런 종교계와 보수적인 시민단체의 오랜 입법 노력과, "낙태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도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특히 민주당 텃밭이었던 텍사스가 2003년부터 공화당이 우세한 '적색 주(Red State)'로 바뀌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한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2013년과 2019년 '심장박동법'을 제안해왔다. 그러다 올 들어 텍사스 주내 입법부와 사법부에서 보수 성향 구성원이 다수 차지하면서 법안 통과 여건이 조성됐다.

반대 목소리도 높다. 오리건주(州) 포틀랜드시는 낙태금지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텍사스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포틀랜드 시의회는 텍사스와의 상품·서비스 거래를 금지하고 공무원 출장까지 중단하는 비상 결의안 통과를 추진 중이다. 표결은 오는 8일에 이뤄진다.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은 "포틀랜드 시의회는 모든 사람이 임신을 할지 말지, 그리고 언제 할지를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결정은 복잡하고 어려우며 사람마다 놓인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포틀랜드 시의회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도 반발하고 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리프트와 우버는 낙태금지법에 따라 피소될 수 있는 소속 운전자들을 법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텍사스주는 낙태를 도운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개인 누구든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했는데, 여기에는 임신부를 병원에 데려다준 택시 기사, 병원 접수원 등 광범위한 사람들이 포함될 수 있어 논란이 일었다.

1일(현지시간) 낙태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텍사스주 에딘버그시청 앞에서 주의 법안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낙태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이 텍사스주 에딘버그시청 앞에서 주의 법안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인권 단체는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낙태금지법 입법 철회를 위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배우 리즈 위더스푼, 가수 두아리파 등 100여명의 미국 연예계 인사들도 입법 반대 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낙태금지법은 미국답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백악관 출입 남성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종교적 가치관을 들며 질문을 하자 "당신은 그런 결정을 할 상황에 부닥쳐본 적이 없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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