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심각해지는 해양오염 해결 위해 머리 맞댄 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2021.09.06 11:01

학생기자 리포트- 청소년 모의유엔 

소중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정가희 9기 학생기자입니다. 다들 여름방학 잘 보냈나요. 저는 지난 7월 29~30일 ‘제11회 제주 청소년 모의유엔’에 참석했습니다. 도내 중·고생들이 국제기구인 UN(국제연합)의 회의절차에 따라 국제 현안에 대해 각 나라의 입장을 조율하고 해결책을 찾아 결의안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기획·운영하며 국제 외교를 체험하는 행사죠. 올해는 대사단 85명, 운영진 36명 총 121명이 참석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됐어요. 중등 위원회는 UNEP(유엔환경계획)과 GA3(유엔총회 제3위원회), 고등 위원회는 WTO(세계무역기구)와 ECOSOC(경제사회이사회)로 구성돼 각기 다른 주제를 다뤘습니다.

정가희 학생기자는 평소 가방에 물통과 종이빨대를 넣어 다니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있다.

정가희 학생기자는 평소 가방에 물통과 종이빨대를 넣어 다니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있다.

저는 ‘해양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 심화에 대한 대책’ 의제에 관심이 있어 UNEP 위원회로 지원했는데요. 여러 나라 중 영국 대사를 맡게 됐죠. 대사단이 되면 본 회의 전에 회의 규정을 익히고 시뮬레이션을 하며 사전교육을 받습니다. ‘나·저’와 같은 인칭 사용 대신 ‘본 대사는’, ‘본 국가는’과 같은 3인칭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규칙이 익숙해지지 않아 힘들었죠. 행사 공식언어는 영어지만 UNEP와 WTO는 한국어를 사용했고, 실제 UN의 의사규칙 진행에 따라 매우 진지하게 진행됐어요.

대사단은 약 일주일간 배정된 국가의 입장을 표명할 글을 씁니다. 입장표기문서에는 주제와 관련된 국가의 역사 및 배경 등이 포함돼야 하죠. 이때 해외 사이트나 논문, 실제 각국 정부 대표들의 발표문, 기사 등 출처가 명확한 자료들을 찾아야 합니다. 이번에 자료조사를 하면서 세계 해양쓰레기의 심각성과 이를 줄이기 위한 영국의 노력 및 런던협약·바젤협약 등 여러 국제 협약에 대해 알게 됐어요. 런던협약은 폐기물 등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1972년 영국서 체결됐죠.

‘해양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 심화에 대한 대책’ 의제에 관심이 있어 제주 청소년 모의유엔에 참여한 정가희 학생기자.

‘해양쓰레기로 인한 해양오염 심화에 대한 대책’ 의제에 관심이 있어 제주 청소년 모의유엔에 참여한 정가희 학생기자.

연간 47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와 18억 개의 플라스틱 면봉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국은 2018년부터 미세플라스틱이 사용된 제품 판매를 금지했고, 지난해 10월부터 플라스틱 빨대·면봉·커피스틱 공급을 금지했어요. 올해 4월부터는 비닐봉투 부과금을 5펜스에서 10펜스(한화 약 150원)으로 인상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저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공급 금지항목을 일회용식기로 확대하고 일회용품 제조업체에 부담금을 부과하며, 병원에서 위생을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생분해성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이미 바다에 버려진 부유폐기물 수거를 위해 자율주행 드론을 이용하고 잠수사 등을 통해 침적폐기물을 수거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해안가에 있는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죠.

작성한 입장표기문서는 의장·부의장에게 피드백을 받습니다. 수정이 완료된 문서는 본 행사 첫날 1분 30초 이내로 발표해요. 그 후 자유토의·중재토의를 여러 차례 열어 나라별로 의견을 표명하고 경청합니다. 자유토의는 말 그대로 자유로운 토론인데, 발의는 총 지속시간과 목적을 언급해 발의할 수 있죠. 이를테면 "대한민국 대사는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목적으로 총 지속시간 10분의 자유토의를 위한 발의를 제기합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의제와 관련된 주요 쟁점을 다루는 중재토의는 여기에 개인당 발언 시간을 더해 발의합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대사는 의제에 대한 의견교환을 목적으로 총 지속시간 15분, 개인당 발언시간 90초의 중재토의를 위한 발의를 제기한다고 하는 식이죠.

둘째 날에는 결의안 작성을 위해 조항별로 나라를 나눠 자유토의를 진행했어요. 저는 일본·룩셈부르크·멕시코·포르투갈 대사와 함께 해양쓰레기 수거 및 처리를 위한 각국의 기술개발에 관한 조항을 작성했습니다. 기술결합과 기술개발 지원을 중점으로 자료조사·회의를 했죠. 대사단과 운영진이 노력한 결과, 4개의 조항과 1개의 효력조항으로 이뤄진 결의안이 완성됐습니다. 해양오염을 줄이기 위해 각국이 해양쓰레기 수거 및 처리를 위한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장비를 개발하고, 이를 타국과 공유하며, 해양쓰레기 감소를 위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고, 관련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죠.

정가희 학생기자는 평소 가방에 물통과 종이빨대를 넣어 다니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있다.

정가희 학생기자는 평소 가방에 물통과 종이빨대를 넣어 다니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문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해양수산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해양쓰레기 13.8만 톤을 수거했다고 해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해안에 밀려온 해양쓰레기 수거작업에 참여해 2020년에 학생기자 리포트를 쓰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이번 모의유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양오염의 심각성과 국제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입장표기문서와 결의안을 작성하며 실제로 한 나라의 대사가 된 것처럼 뿌듯하기도 했어요.

해양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의 논의와 협약이 필요합니다. 또 생산자인 기업이 플라스틱 없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죠. 여기에 개인의 노력도 더해져야 해요. 아시다시피 전 세계 해양쓰레기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건 플라스틱입니다. 저는 환경 관련 책·기사를 찾아 읽은 뒤 가방에 물통과 종이빨대를 넣어 다니죠. 소중 독자 여러분도 밖에 나갈 때 가방에 텀블러·종이빨대를 준비해 주세요. 자기가 만든 쓰레기를 도로 가져가는 것뿐 아니라 이미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것도 실천해 보고요. 산호초가 하얗게 굳어버리는 백화현상을 일으키는 옥시녹세이트·옥시벤존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해양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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