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벌타 이어 실격까지...또 대형 사건 일으킨 프로비저널 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허인회. [사진 KPGA]

올해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허인회. [사진 KPGA]

KLPGA 투어의 대세로 불리는 박민지(23) 지난달 대유 위니아 오픈에서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 말 한마디를 안 해 4벌타를 받았다.

박민지는 “프로비저널 볼 치겠다” 말 안해 4벌타 #허인회, 치면 안 되는 상황서 잠정구 치고 경기 포기

KPGA의 스타 허인회(34)는 거꾸로 잠정구를 치지 않아야 할 때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고 말하고 공을 쳐 벌타를 받았고 경기를 포기해 실격됐다.

사건은 지난 3일 KPGA 코리안투어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2라운드 17번 홀에서 터졌다. 허인회는 티 샷이 페어웨이 밖으로 벗어나자 동반자에게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패널티 구역(옛 해저드)으로 간 공은 프로비저널 볼을 선언할 수 없다.

잠정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만든 제도다. OB나 로스트볼은 공을 못 찾으면 다시 원래 친 곳으로 돌아가서 쳐야 해 시간 지체가 생기기 때문에 잠정구가 필요하다. 반면 패널티 구역에 간 공은 근처에서 칠 수 있기 때문에 잠정구가 필요 없다.

골프 규칙은 잠정구를 치면 안 될 때 치면 원래 공은 죽은 볼로 처리한다. 잠정구를 친다는 핑계로 연습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올해 KLPGA 투어에서 6승을 기록한 박민지. [사진 KLPGA]

올해 KLPGA 투어에서 6승을 기록한 박민지. [사진 KLPGA]

허인회는 “패널티 구역에 들어갔더라도 이를 정확히 본 사람이 없으면 로스트볼 처리를 하는 일도 있다. 아무도 제대로 본 사람이 없어 잠정구를 쳤다”고 했다.

KPGA 천철호 경기위원장 대행은 “공은 페널티 구역으로 간 게 명확하고, 허인회가 잠정구를 치기 전 포어 캐디가 공이 페널티 구역으로 갔다는 신호를 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인회는 “포어 캐디가 패널티 구역 깃발을 들었지만 너무 늦게 신호를 줘 누구에게 주는 건지 몰랐으며 마커와 상의해 잠정구를 쳤다”고 했다.

허인회는 패널티 구역에서 원구를 찾아 치려 했다. 이때 경기위원이 그 공을 치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 주위에 경기위원이 없어 허인회가 패널티 구역 내의 공을 쳤다면 4벌타를 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패널티 구역으로 원구가 들어갔는데 “프로비저널 볼을 친다”는 선언을 했기 때문에 원구는 OB 처리다(1벌타). 허인회가 패널티 구역 내에 있는 공을 치면 오구 2벌타이며 두 번째 공을 집어 들었다면 또 1벌타다.

박민지의 4벌타와 비슷하다. 박민지는 “프로비저널 볼”이란 말을 안 했기 때문에 원래 친 공은 OB 여부와 상관없이 OB 처리됐다(1벌타). 박민지는 캐디가 찾은 첫 공을 쳤다(오구 2벌타). 그린으로 가면서 이제는 필요 없어진 것으로 여긴 두 번째 공을 집어 들었다(1벌타). 총 4벌타를 받았다.

허인회는 17번 홀 규칙 논란 속에서 보기를 한 후 18번 홀 경기를 안 했다. 기권 절차를 밟지 않아 실격 처리됐다. 기권하려면 이전까지 자신이 체크한 선수의 스코어를 인계하고 사인을 해야 한다.

KPGA의 한 경기위원은 “잠정구 규정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선수 및 캐디가 규칙을 정확히 알아야한다”고 지적했다. 허인회는 “실격을 인정하지만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