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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당원 민심 반전…이재명, 이낙연의 2배 득표로 압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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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대전 유성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하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대전 유성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하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예상보다 큰 승리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첫 지역 순회 경선 지역인 대전ㆍ충남 지역 개표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과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의 득표율은 2위인 이낙연 전 대표의 두 배인 54. 81%였다. 첫 판에서 압승을 거둔 이 지사로선 대세론을 더 굳힐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당 안팎에선 ‘반 이재명’ 후보들간 단일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대전ㆍ충남 지역 본경선 투표 득표율은 이 지사 54.81%(1만4012표),이 전 대표 27.41%(7007표)였다. 이어 정세균 전 총리 7.84%(2003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6.67%(1704표), 박용진 의원 2.44%(624표), 김두관 의원 0.84%(214표) 순이었다.

특히 가장 비중이 높고, 열성적인 당 지지자들이 몰려있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 지사는 55.21%로 초강세였고, 이 의원은 27.33%로 2위였다. "강경파 지지자들도 이재명을 택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대의원 투표에선 이재명(42.02%·324표),이낙연(255표·33.07%)으로 득표율 격차가 다소 줄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 전 대표의 강점으로 꼽혔던 조직표가 별로 힘을 쓰지 못한 결과였다. 이낙연 캠프엔 민주당 충청 지역 의원이 가장 많이 포진해 있다.

개표 결과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대전ㆍ충남 지역의 대의원ㆍ권리당원 ARSㆍ온라인 투표와 이날 현장투표 등을 합산한 수치다. 전체 선거인단 5만2820명 가운데 2만5564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48.40%를 기록했다. 역대 민주당 대선 본경선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던 2017년 19대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기록한 76.59%보다는 저조했다.

4일 대전 유성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자가격리 중인 정세균 후보는 경선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뉴스1

4일 대전 유성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자가격리 중인 정세균 후보는 경선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뉴스1

1위를 차지한 이 지사는 결과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생각보다 좀 더 표를 많이 받지 않았나 싶긴 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본선 경쟁력이 있는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적극 지지해주셨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을 하늘로 알고 당원을 민주당 주인으로 잘 섬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국가와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제가 원팀이 될 수 있게 네거티브 없는 정책 선거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예상보다 이 지사에 크게 뒤진 이 전 대표는 “대전ㆍ충남 당원들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제 부족함을 메꾸겠다”며 “오늘은 200만명 선거인단 중 6만명의 선택이다. 앞으로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생각보다 많이 벌어지긴 했지만, 충남은 원래 우리가 열세라고 봤던 지역”이라며 “내일 경선 지역인 충북은 충남보다 우리 조직력이 비교적 강세인 곳이다. 충북 결과를 봐야 충청 지역의 전체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표 결과 발표 뒤 취재진 질의응답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각자 휴대전화만 바라봤다. 최하위를 차지한 김두관 의원은 후보 중 유일하게 취재에 응하지 않고 서둘러 경선장을 빠져나갔다.

4일 대전 유성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과 이낙연 후보가 개표결과 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4일 대전 유성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과 이낙연 후보가 개표결과 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지사의 대세론이 힘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충청 지역이 이 지사에게 과반 득표를 줬다”며 “충청 지역의 결과가 다른 지역까지 급속히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초반 기세를 잡으면서 당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 지사에 맞서기 위한 단일화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올린 주자가 없으면 1, 2위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사의 득표율이 50%를 넘는 상황이 이어지며 대세론이 더욱 굳어질 경우 '반 이재명 단일화'의 명분이나 실익이 약해진다는 점에서 단일화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또 '반 이재명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몇 명이나 합류할지도 미지수다.

민주당은 5일엔 청주 CJB 컨벤션센터에서 세종ㆍ충북 순회 경선을 연다. 이어 대구ㆍ경북(11일), 강원(12일), 광주ㆍ전남(25일), 전북(26일) 등을 거쳐 다음 달 10일 서울에서 순회 경선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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