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일본 총리, 지지율 추락 못 버텨 1년 만에 물러난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9.0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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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호 12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3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3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3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9일로 예정된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스가 총리는 이달 말 총재 임기 만료 후 취임 1년 만에 총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스가 총리는 불출마 이유에 대해 “코로나 대응에 전념하기 위해”라고 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총재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가 총리의 오산은 중의원 해산 시기를 9월 이후로 잡은 데서 비롯됐다.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 이후로 선거를 미루는 승부수를 띄웠다. 실제로 스가 총리는 주변에 “8월 정도면 코로나가 어느 정도 가라앉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올림픽 이후 코로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지지율도 26%까지 급락했다. 자민당의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스가 총리를 얼굴로 해서는 중의원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여론도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스가 총리가 던진 두 개의 카드는 결국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

첫째 카드는 당 간부 대거 조기 교체.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 등 자신을 떠받쳐 온 간부들을 날리고 참신한 인사들을 등용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연임을 위해 궂은 일을 도맡은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반발이 당내에 급속히 번졌다. 둘째 카드는 ‘선 중의원 해산, 후 총재 선출’ 전략. 지금 자민당 총재 선거를 치르면 이길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아예 중의원 총선을 먼저 치러 승리로 이끈 뒤 총재 선거에 나서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에 당장 반기를 들고 나선 건 다름 아닌 아베 신조 전 총리였다. 스가 총리의 후견인이었던 아베 전 총리는 스가 총리에게 전화해 “총재 선출 전 중의원 해산은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아베 전 총리가 속한 호소다파에 이어 2대 파벌인 아소파의 아소 다로 부총리도 이에 가세했다. 스가 총리의 인기가 바닥인데 일시적인 정권 연명을 위해 자민당 전체가 불구덩이로 뛰어들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사실상 아베·아소 동맹이 스가 총리를 내친 셈이다.

스가 총리는 할 수 없이 당 간부 인사라는 마지막 기사회생의 카드를 띄우려 했지만 이마저도 거론된 후보자 모두 사양했다. 이렇게 되자 스가 총리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정확히 1년 전, 적이 없다는 이유로 고른 지지를 얻어 총리에 올랐던 스가 총리가 이번엔 아군 없는 ‘무파벌’의 설움을 톡톡히 맛본 셈이다. 스가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긴급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5%는 “잘 판단했다”고 답했고 닛케이지수도 2.02% 급등했다.

스가 총리의 퇴진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는 새로운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는 고노 다로(58) 규제개혁상과 이시바 시게루(64) 전 방위상, 기시다 후미오(64) 전 외상의 3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기시다 전 외상만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지만 결국 세 후보 모두 출마하게 될 것이란 게 공통된 전망이다. 스가 총리 체제에서 총선을 치르길 바랐던 야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일본 언론들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노 규제개혁상이나 이시바 전 방위상이 자민당 총재가 될 경우 야당으로선 힘든 총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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