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유명가수의 암호화폐 권유…'놈놈놈' 배우와 악연됐다

중앙일보

입력

A씨가 단톡방에서 했던 말들. 사진 강씨 제공

A씨가 단톡방에서 했던 말들. 사진 강씨 제공

“단역을 10년 넘게 하면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출을 더 당기라고…”
암호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에 투자해 5600여만원 손실을 본 단역배우 강인아(49)씨의 말이다. 강씨를 브이글로벌에 끌어들인 건 50대 가수 A씨라고 한다. 강씨는 최근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피해 금액만 2조2174억 원대로 알려진 브이글로벌 사건에 이 연예인도 연루된 것일까. A씨는 히트곡을 다수 보유한 가수로 최근까지도 방송 활동을 했다.

브이글로벌 투자에 연루된 연예인

피해자 강인아씨의 프로필 사진. 무명배우인 강씨는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 고소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피해자 강인아씨의 프로필 사진. 무명배우인 강씨는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 고소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강씨에 따르면 지난 2월 A씨는 “브이글로벌에 600만원을 투자하면 300% 확정수익인 1800만원을 주겠다”며 접근했다고 한다. 강씨는 “다단계 같다는 생각에 처음엔 거부했으나 A씨가 ‘연예인인 나를 못 믿냐’고 회원 가입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엔 A씨 집으로 강씨 친구들까지 초대해 통장을 보여주며 브이글로벌에 들어오도록 권유했다고 강씨는 주장했다. 강씨의 친구도 A씨를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최근 경찰에 냈다.

강씨는 “(A씨가) 은행에 120% 지급 보증이 돼 있으니 아무 걱정이 없다고 했다. 브이글로벌 대표가 재벌 손자라고 하면서 책임질 테니 빚을 내서라도 들어오라고 회유했다”고 말했다. “그런 꼬드김에 안 흔들릴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는 게 강씨의 뒤늦은 한탄이다.

강씨가 브이글로벌에 투자한 돈은 7000만원이다. 15년을 알고 지낸 A씨를 믿었기 때문에 투자액이 점점 늘었다고 한다. “30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A씨가 방송 활동을 자랑하거나 부를 과시했다”는 게 강씨 주장이다. 설마 했지만, 연예인이라는 그의 직업을 믿었다며 강씨는 한숨을 쉬었다. “전국투어 다닐 정도로 잘 나가고, 아주머니들 속풀이 해주고 좋은 말 하고 착한 사람으로 유명해요. 그런 사람이니까 믿고 들어갔어요.”

“소개로 수천만 원 잃어” “나도 피해자” 공방

강인아씨 활동 모습.

강인아씨 활동 모습.

강씨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에 출연하는 등 배우 생활을 10년 넘게 해왔지만, 그의 얼굴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무명배우인 그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으니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투자한 거다. 그걸 언니(A씨)가 다 안다”며 “전세금을 월세로 돌렸고, 대출·보험대출도 이미 받을 수 있는 대로 다 받았는데 언니가 계속 더 받으라고 했다. 차까지 팔았다. 8월까지 계속 참다가 결국 고소한다고 하니까 자기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하는데 정말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좋은 투자 정보가 있어 지인에게 소개해줬을 뿐”이라며 브이글로벌 사기 혐의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A씨 소속사 대표는 “A씨 역시 브이글로벌 피해자”라며 “A씨는 피해 복구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법률대리인도 “브이글로벌은 다단계 영업방식이었기 때문에 상위 모집책이 문제가 되지만, A씨는 상위 직급은 아니었다”며 “A씨는 하부 회원이었기 때문에 범죄 수익을 나누어 가진 적 없는 피해자”라고 밝혔다. 이어 “좋은 정보라고 생각해 투자처를 소개해준 건 있지만 브이글로벌에서 소개비를 받을 등급이 아니었다”며 “A씨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곧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수원지검 형사5부(부장 신태훈)는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브이글로벌 대표 이모씨 등 4명을 구속기소 했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이들은 겉으로 암호화폐 거래소처럼 회사를 운영하면서 다단계 영업을 했다. 거래소 회원 가입 조건으로 600만 원짜리 계좌를 최소 1개 이상 개설하도록 해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회원 5만2000여명으로부터 2조2100억여원을 입금받은 혐의다. 브이글로벌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0일 자로 모든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