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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내려놓고 활 다시 잡은 장혜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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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도쿄올림픽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장혜진이 다시 활을 잡는다. [중앙포토]

도쿄올림픽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장혜진이 다시 활을 잡는다. [중앙포토]

‘짱콩’ 장혜진(34·LH)이 양궁 국가대표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올림픽 2연패는 무산됐지만 태극마크를 아직 포기할 수 없다는 각오다.

2016년 리우올림픽 양궁 2관왕 장혜진은 지난달 끝난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여자 양궁 개인·단체전의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선발전 관문을 뚫지 못해서였다. 대표팀 탈락 후 장혜진은 “후배들을 열심히 응원하겠다”며 웃었다.

올림픽 기간 장혜진은 방송 해설위원으로 깜짝 변신했다.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중계석에서 선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장혜진은 “처음 해보는 거라 걱정했지만, (기)보배나 다른 선후배들도 해서 용기를 냈다.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해설위원 제안을 수락했다”고 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셔서 자신 있고, 편안하게 했다”고 떠올렸다. 방송 중 ‘대표팀 선발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그래서 내가 (올림픽에 못가고) 여기 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장혜진은 동고동락했던 선수들의 심리 상태와 표정 등을 자세하게 짚었다. 경기 상황이 급박해지면 환호성을 지르거나 안타까워하며 양궁 선수로서의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여자 개인전에서 안산이 우승했을 때는 “많이 힘들었을 텐데 부담감을 굳건하게 이겨줬다. 선배로서 정말 고맙다. 안산 선수는 이제 넘을 수 없는 산이 됐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장혜진이 다시 활을 잡는다. [사진 장혜진 SNS]

도쿄올림픽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장혜진이 다시 활을 잡는다. [사진 장혜진 SNS]

장혜진은 “사실 기술적인 부분이나 경기 상황을 더 잘 전달하지 못해서 아쉽다. 나도 모르게 선수 입장에서 경기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올림픽에 나간 선수들과 선수촌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경기도 함께하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도쿄엔 가지 못했지만, 그는 올림픽에 다녀온 느낌이었다고 한다. 장혜진은 “선수로 못 갔지만, 해설위원으로 갈증을 달랜 것 같다”고 했다. 리우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깨물고 “무지개 솜사탕 맛”이라고 말했던 그는 “안산과 김제덕에게 ‘무슨 맛이냐’고 물었더니 ‘사이다 맛’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장혜진은 “해설을 할 때 나도 선수들에게 빙의돼 활을 쏘는 듯했다. ‘나도 저기서 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올림픽이 끝난 뒤 다음 주부터 훈련을 시작했는데 더 집중하게 됐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 선발전에선 탈락했지만, 장혜진의 기량은 여전히 정상급이다. 2019년 전국체전에선 일반부 은메달을 땄고, 지난해 2차 선발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림픽에 가지 못해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장혜진은 “‘내가 다시 나갈 수 있을까’란 두려움도 있다. 워낙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간절함이 더 생긴 것 같다”고 했다.

2022년 국가대표 선발전은 세계선수권대회(9월 19~26일·미국)가 끝난 뒤 10월 27일 시작한다. 장혜진도 전국체전(10월 8~14일)과 선발전 준비에 바쁘다. 장혜진은 “쉴 틈이 없지만, 기분은 좋다. 내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꼭 가고 싶다”고 했다.

다음 올림픽(2024 파리)은 3년 뒤 열린다. 그때 37세가 되는 그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2012년 런던 대회 후 9년 만에 다시 출전한 오진혁(41)의 사례도 있는 만큼 장혜진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그는 “올림픽 2연패가 내 꿈이었다. 좌절한 적도 있고, 이젠 어깨도 조금씩 아프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할 만큼 했다’며 걱정하신다. 아버지도 ‘네 뜻대로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음 올림픽은 3년 뒤니까 부담 없이 준비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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