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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굴릴 운용본부장에 청와대 출신 낙하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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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 정책자금을 굴리는 준공공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신임 투자운용본부장에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내정했다. 금융권에선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은 지난 1일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오는 16일 주주총회에서 황 전 행정관을 투자운용2본부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투자운용2본부는 정책형 뉴딜펀드와 기업구조혁신펀드 등의 운용과 관리를 총괄한다. 정부는 2025년까지 20조원 규모로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황 전 행정관의 경력은 자산운용 분야의 전문성과 거리가 멀다. 펀드매니저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금융투자협회)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기획조정국장을 지낸 그는 2017년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장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청와대 출신 내정된 운용2본부장, 최근 조직개편해 새로 만든 자리

한국성장금융의 신임 투자운용본부장으로 내정된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오른쪽)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조국 민정수석(당시)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성장금융의 신임 투자운용본부장으로 내정된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오른쪽)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조국 민정수석(당시)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황 전 행정관은 2019년에도 금융권 낙하산 인사로 논란이 됐다. 부실채권 처리 전문회사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를 맡으면서다. 당시 청와대 출신이란 배경이 유암코 취업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금융권에서 나왔다. 연봉은 2억원이 넘었다.

한국성장금융은 최근 투자운용본부를 1본부와 2본부로 나누는 조직개편을 했다. 황 전 행정관을 위한 자리를 새로 만든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한국성장금융은 산업은행·기업은행·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 등의 출자로 설립한 기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운용본부장은 고도의 전문성과 다양한 투자 경험을 요구하는 자리”라며 “설사 낙하산이라도 관련 전문가를 뽑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투자운용1본부장인 서종군 전무는 한국정책금융공사·성장사다리펀드·대한투자신탁 등을 거친 금융 전문가다.

중앙일보는 황 전 행정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7조원을 출자해 ‘모펀드’를 조성하고 민간 자금 13조원을 모아 ‘자펀드’를 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주관 기관인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은 지난 2월 26개 금융회사를 위탁 운용사로 선정했다. 올해 정시 펀드 조성액은 3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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