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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대법 김학의 판결 이례적"…'증인 회유 없었다' 입증 공방

중앙일보

입력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사업가로부터 수천만원 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학의(65) 전 법무부 차관이 2일 다시 법정에 섰다. 대법원이 지난 6월 “뇌물 공여자인 최모씨의 항소심 증언이 검사로부터 사전에 유도됐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기 때문이다.

'김학의 뇌물' 파기환송심 첫 재판

이날 열린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는 김 전 차관에게 4300만원의 뇌물을 줬다고 증언한 사업가 최모씨 진술의 신빙성이 쟁점이 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박연욱)는 이날 오전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대법원은 2심에서 인정한 최씨의 증언의 신빙성에 대해 “검찰과 사전면담을 한 뒤 이뤄진 증인 법정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 "檢 사전면담, 법정 증언 영향 없었는지 입증해야”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줬다고 지목된 최씨는 2019년 9월 김 전 차관 1심 법정에 나와 증인신문을 했고 2020년 8월에는 2심 법정에 나와 증인신문을 했다. 대법원이 지적한 건 최씨가 두 차례 증인신문 때 법정에 나오기 전 검찰에 출석해 사전면담한 부분이다. 검찰 사전면담에서 최씨는 자신의 검찰 진술 조서를 확인했을 뿐 아니라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사항까지 물어봤고, 이후 종전 진술을 번복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는데도 항소심은 사전면담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씨는 1·2심 법정에서 자신의 아파트 인허가 뇌물공여 사건과 관련해 “내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는 걸 김 전 차관에게 들었다”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김 전 차관에게 사건 처리 청탁을 하지 않았다”던 검찰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두고 “면담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의 영향을 받아 종전의 진술을 바꿨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에서 회유·압박으로 최씨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최씨의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검찰 “최씨, 증인 재소환해야” vs. 변호인 “이미 오염된 증인”

이날 김 전 차관 재판에서는 최씨 증언의 신빙성을 어떻게 증명할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각각 다른 주장을 폈다. 검찰은 “사전 면담 자체는 적법한 근거에 기반해 이뤄졌다”며 “최씨를 다시 법정에 불러 사전면담 당시 회유나 압박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면 될 것”이라며 최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반면 김 전 차관 측은 최씨가 이미 ‘오염된 증인’이라고 맞섰다. 최씨가 대법원 판결 직후 한 언론과 인터뷰까지 하며 “회유와 압박은 없었다”고 말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변호인은 “(언론 인터뷰는) 위증의 위험도 무릅쓰지 않을 상황까지 간 것”이라며 “오염된 증거를 다시 법정에 내서 증거를 반복하는 것은 옳지 않고 검사가 다른 객관적인 자료와 방법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검찰은 재차 최씨를 다시 불러 신문하는 것이 회유·압박 여부를 판단하는 데 꼭 필요한 절차라고 재반박했다. 검사는 “대법원이 사실심의 전권에 손을 대고, 직접 보지도 않은 증인의 신빙성에 대해 재고(再顧)하라고 판결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판결”이라며 “(증인을 부르지 않고) 회유ㆍ압박이 없었다는 걸 증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면담 자료·증인 신문’ 입증 방법 제시한 대법원

사전 면담을 거친 증인의 신빙성이라는 문제를 던진 대법원은 ‘회유·압박’이 있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다고 봤을까. 지난 6월 대법원 판결에는 그 입증 방법에 대한 언급이 일부 나온다. 먼저 대법원은 “검사가 증인의 법정 진술이나 면담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사전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을 밝힘으로써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방법은 최씨에 대한 신문이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으로 최씨의 법정 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인의 진술 등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최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먼저 검찰 측에 최씨 사전 면담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했다. 최씨가 검찰청사에 출입한 기록과 시간, 면담의 주체자가 누구인지, 면담 당시 최씨에게 조사 내용을 어떻게 떠올리게 했는지 등 당시 면담을 했던 검사가 이를 설명하는 방식의 자료 등을 재판부에 내 달라고 했다. 검찰은 “사전면담이어서 구체적인 대화 기록은 없지만,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씨를 증인으로 채택할지는 검찰이 제출하는 자료를 살펴본 뒤 알려주겠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100만원과 액수 불상의 성접대 뇌물을 받은 혐의와 별도로 최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심은 성접대 부분은 공소시효 만료(면소), 이밖의 윤씨 및 최씨의 뇌물 혐의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이중 최씨에게서 받은 금품을 뇌물로 인정해 징역 2년 6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김 전 차관을 법정구속했다.

이후 김 전 차관은 6월 10일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보석을 허가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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