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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의원 88% 동의했던 '군위군 대구편입안', 해넘기자 안건 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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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의회에서 제32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의회에서 제32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경북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 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경북도의회 찬반 표결에서 아무 의견도 내지 않기로 하면서다. 지난해 7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결정 당시만 해도 경북도의원의 약 88%에 해당하는 53명이 편입안에 동의한다는 데 서명했지만, 해를 넘기자 “찬성도 반대도 안 한다”는 입장으로 기운 셈이다.

경북도의회는 2일 오전 제32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경북도 관할구역 변경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했다. 군위 대구 편입 찬성안은 재적의원 59명 중 57명이 투표한 결과 채택 28표, 불채택 29표로 나와 부결됐다. 대구 편입 반대안 역시 57명이 투표한 결과 채택 24표, 불채택 33표로 나와 부결됐다.

이에 경북도의회는 찬반 의견 모두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경북도에 통보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일 해당 상임위원회인 행정보건복지위원회도 이 안건을 심의한 결과 찬반 4대 4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본회의에 넘겼다.

군위군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 합의 당시만 해도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을 하며 동의했던 의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에서는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고 하니 유감”이라며 “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의회에서 나오는 찬반 입장이 어느 쪽으로 나오더라도 구속력이 없어 경북도는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할 수 있다. 하지만 경북도의회 반대 의견이 우세할 경우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정치적 부담에 따라 건의서 제출을 주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이번 경북도의회 본회의가 관심을 모았다.

대구광역시로의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경북 군위군의 위치. 중앙포토

대구광역시로의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경북 군위군의 위치. 중앙포토

이와 관련해 이 지사는 도의원 전원에게 “진통 끝에 생산해낸 통합신공항을 잘 건설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서 군위군의 대구 편입 절차를 제대로 밟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대구경북을 새로운 시대로 이끌었다는 역사를 써내려 가기를 기대한다. 통합신공항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신뢰와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 달라”고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본회의 직전까지도 찬반 의견은 극명하게 갈렸다. “지난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를 선정하면서 전체 도의원 중 53명이 동의하고 서명까지 한 만큼 찬성을 해야 한다”는 입장과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경북이 1개 자치단체를 통째로 대구시에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이 맞서면서다. 본회의에 앞서 지난 1일 진행된 상임위원회 찬반 의견 표결에서 4대 4로 동률이 나오기도 했다.

경북도의회의 찬반투표 결과와 별개로 경북도가 정부에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를 제출하면 행안부가 이를 검토한 뒤 법률개정안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법제처의 심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해야 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다만 경북도의회가 찬성 의견에 무게를 실어주지 않은 만큼 제대로 속도는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인구 2만3000여 명의 소도시인 군위군의 대구 편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7월 30일 대구시, 경북도와 함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유치 신청서 제출에 합의하는 조건 중 하나로 군위군의 대구 편입 안이 제시됐다. 당시엔 통합신공항이 들어서는 문제로 군위군과 의성군 간 이견이 있어 막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7월 30일 오후 경북 군위군청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왼쪽부터), 김영만 군위군수, 이철우 경북지사가 대구통합 신공항 이전지를 공동후보지로 신청할 것을 조건부 합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함께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30일 오후 경북 군위군청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왼쪽부터), 김영만 군위군수, 이철우 경북지사가 대구통합 신공항 이전지를 공동후보지로 신청할 것을 조건부 합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함께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구시와 경북도는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제안했고, 군위군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극적으로 갈등의 실마리를 풀었다. 합의는 국방부가 제시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서 제출 기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이에 당시 경북도의원 재적의원 60명 중 53명이 서명했다.

군위군은 지역이 대구시에 편입되면 거주 인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기업이나 각종 기관 입주, 교통망 확충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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