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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로 도쿄 올림픽 보며 각오 다진 양궁 장혜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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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해설위원을 맡았던 장혜진(오른쪽)과 정용검 아나운서. [장혜진 인스타그램 캡처]

2020 도쿄올림픽 해설위원을 맡았던 장혜진(오른쪽)과 정용검 아나운서. [장혜진 인스타그램 캡처]

올림픽 2연패는 무산됐지만 태극마크는 포기할 수 없다. '짱콩' 장혜진(34·LH)이 양궁 국가대표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2016 리우 올림픽 2관왕 장혜진은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디펜딩챔피언이지만 올림픽보다 어렵다는 선발전의 문을 뚫지 못했다. 장혜진은 아쉬웠지만 "후배들을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웃었다.

올림픽 기간 장혜진은 해설위원으로 깜짝 변신했다.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중계석에서 선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장혜진은 "처음 해보는 거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기)보배나 다른 선배들도 하셔서 용기가 났다.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수락했다"고 했다.

초보 해설이지만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셔서 자신감을 가지고 편하게 했다"고 떠올렸다. 선발전이 치열하다는 얘기에 "그래서 내가 (올림픽에 못가고)여기 있다"는 자학성 답변을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진천선수촌에서 격리 훈련을 하는 동안 함께 인간 트리를 만든 여자 양궁 대표팀. [사진 장혜진]

지난해 12월 진천선수촌에서 격리 훈련을 하는 동안 함께 인간 트리를 만든 여자 양궁 대표팀. [사진 장혜진]

장혜진은 동고동락했던 선수들인만큼 심리 상태, 표정 등을 자세하게 짚었다. 경기 상황이 급박해지면 환호성을 지르거나 안타까워하기는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여자 개인전에서 안산이 우승했을 때는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 부담을 굳건하게 이겨줘서 선배로서 너무 고맙다. 안산 선수는 이제 뛰어 넘을 수 없는 산이 됐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장혜진은 "사실 기술적인 부분이나 경기 상황을 더 잘 전달하지 못한 건 아쉽다. 나도 모르게 선수 입장에서 경기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선수촌에서 같이 생활한 선수들이라 같이 경기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도쿄엔 가지 못했지만 올림픽을 같이 갔다온 느낌이었다. 장혜진은 "선수로는 못 갔지만, 해설로 갈증을 달랜 것 같다"고 했다. 리우 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깨물고 "무지개 솜사탕 맛"이라고 말했던 장혜진은 "안산과 김제덕에게 '무슨 맛이냐'고 물었더니 '사이다 맛'이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장혜진은 "해설을 하다 보니까 나도 선수들에게 빙의돼 활을 쏘는 듯했다. '나도 저기서 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올림픽이 끝난 뒤 다음 주부터 연습을 시작했는데 좀 더 집중하게 됐다"고 전했다.

도쿄엔 가지 못했지만 장혜진의 기량은 여전히 국내 정상급이다. 2019년 전국체전에선 일반부 은메달을 땄고, 지난해 2차 선발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해설을 하면서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도 더 커졌다. 장혜진은 "'이기고 다시 나갈 수 있을까'란 두려움도 있다. 워낙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절함이 더 생긴 것 같다"고 했다.

2022년 국가대표 선발전은 세계선수권(9월 19~26일·미국)이 끝난 뒤 10월 27일부터 시작된다. 장혜진도 전국체전(10월 8~14일)과 선발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장혜진은 "쉴 틈이 없지만 기분은 좋다. 내년 9월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꼭 가고 싶다"고 했다.

다음 올림픽(2024 파리)는 3년 뒤 열린다. 37세가 되는 장혜진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9년 만에 다시 출전한 오진혁(41)의 사례도 있다.

장혜진은 "올림픽 2연패가 내 꿈이었다. 좌절도 했고, 이제는 어깨도 조금씩 아프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할 만큼 했다'며 걱정하시고, 아버지도 '네 뜻대로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음 올림픽은 3년 뒤니까 부담없이 천천히 준비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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