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파업 철회…코로나병원 인력기준·생명안전수당 도입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10:48

업데이트 2021.09.02 11:04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5시간가량 앞두고 파업을 철회했다. 정부와 10시간여 막판 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찾았다.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관련,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던 쟁점에서 상당 부분 노조 측 요구가 관철됐다. 다만 예산 확보 등을 위해 향후 관계부처, 국회 협의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생명수당도 내년부터 지급

2일 보건복지부는 “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는 감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국민적 요구이자 국가적 과제이며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책무임을 상호 확인하면서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강화,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환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와 인식이 있었기에 대화와 소통을 통한 합의안 마련이 가능했다. 합의된 사항을 관계 부처, 국회 등과 성실하게 협의해 나겠다”고 강조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보건복지부 간 13차 노정실무교섭이 타결된 후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뉴시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보건복지부 간 13차 노정실무교섭이 타결된 후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전 1시 20분경 복지부는 기자단 안내를 통해 노조와의 협의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전날(1일) 오후 3시부터 열린 13차 교섭이 합의됐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당초 회의는 이전과 달리 자정을 넘기지 않을 거로 예상됐다. 오후 9시께를 잠정 시한으로 정해놨다가 다시 오후 11시로 늦췄고, 협의가 길어지며 결국 예정 시각을 한참 넘긴 새벽 1시30분에서야 결론이 났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협상 타결 후 페이스북에 “밥잠을 이루지 못하고 기다렸다. 4차 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현장 의료인력 파업까지 이어졌다면 코로나19 대응은 더 어려웠을 것”이라며 “큰 산 하나를 넘은 듯한 심정”이라고 적었다.

양측의 합의문을 보면 핵심 쟁점에 대해 구체적 시행 시점이 제시되는 등 노조 측 요구가 상당수 반영됐다. 최우선 과제였던 인력과 관련, 정부는 코로나19 중증도별 근무당 간호사 배치 기준을 노조가 제시한 인력 기준을 참고해 이달 중 마련하기로 했다. 세부 실행방안도 10월까지 별도 마련한다.

감염병전담병원은 새 인력 기준을 적용하고 조정이 있다면 손실보상금에도 반영해줄 방침이다. 하반기 국회에서 법률을 고치고 예산을 확보해 간호사 등에게 생명안전수당(감염관리수당)을 내년 1월부터 지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노조 제안대로 간호등급차등제를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 기준’으로 개편하고 내년까지 방안을 마련해 2023년 시행하기로 했다. 교육전담간호사 제도와 야간간호료도 내년부터 전면 확대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노정실무교섭이 극적 타결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순자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의료노조 관계자들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보건복지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노정실무교섭이 극적 타결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순자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의료노조 관계자들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병상 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지원 이런 사항들은 최대한 빨리 해줄 수 있게 검토했다”며 “(노조가)간호등급제 개선을 통해 1인당 돌보는 환자 수를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까진 할 수 없어도 최대한 줄여달라고 했다. 예측 가능한 근무가 가능하도록 교대제 개선도 요구했는데 쉬운 사항은 아니지만, 정부 제도 개선으로 가능한 사항이라 후속 조치를 통해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70여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책임 의료기관을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요건을 갖춘 경우 조사를 면제하는 쪽으로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겼다. 특히 지역 주민의 강한 요청이 있는 울산, 광주, 인천, 대구, 동부산, 제천 등은 해당 지자체, 재정당국과 논의해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합의사항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와의 논의 등이 필수라 추가 갈등 여지도 있다.

이와 관련, 이창준 정책관은 “재원 투입이나 법령 개정 사항은 관계부처, 당정협의를 거치게 되기 때문에 당정협의에서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고, 타부처 이견도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와 사전에 충분히 논의된 사항도 있고 추가 (재원) 소요가 필요한 부분은 빠른 시간 당정협의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충실히 이행되도록 이행 사항을 점검하겠다고 했고 이견있는 부분에 총리실이 조정해 지원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돼 있다. 합의 내용은 최대한 반영되도록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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