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인데 생리” “2주째 하혈”…백신이 여성 ‘그날’ 뒤흔드나

중앙일보

입력 2021.09.02 05:00

업데이트 2021.09.0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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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 시민이 1일 서울 마포구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접종하고 있다. 뉴스1

한 시민이 1일 서울 마포구 마포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에서 접종하고 있다. 뉴스1

주부 장모(56ㆍ경기 성남시)씨는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한 뒤 멈췄던 생리가 다시 시작됐다고 한다. 장씨는 “지난해 초 폐경 됐는데, 백신 접종하고 이틀 뒤에 갑자기 생리 같은 출혈이 생겨 일주일이나 갔다”라며 “이런 부작용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주변에 나 말고도 비슷한 증상 생긴 지인이 둘이나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출혈이라 놀라서 병원에 갔는데 몸에는 이상이 없다고, 계속 출혈이 이어지면 다시 오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장씨의 증상은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

장씨처럼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부정출혈(생리주기 외에 생기는 이상출혈)이나 월경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고 호소하는 여성들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앞으로 관련 사례를 적극적으로 보고받고, 접종과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1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월경 이상에 대한 연관성이 공식적으로 국외에서도 제시된 바 없지만, 당국이 자료를 수집하고 신고를 받아서 그에 대한 연관성, 인과관계가 있으면 이른 시일 내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이후 평소보다 생리주기가 길어지거나, 생리량이 과도하게 늘어났다는 사례도 있다. 직장인 이모(29ㆍ서울 마포구)씨는 지난달 생리주기가 시작되는 첫 날 백신을 접종했다. 5일이면 끝나던 생리가 접종 이후 2주 가까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씨는 “생리량도 너무 늘어서 열흘동안 대형 생리대를 계속 쓸 정도였다”라며 “다음 주기때는 괜찮을지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백신을 맞은 뒤 월경 이상이 나타났다는 경험담이 다수 올라왔다. 전날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 부정출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여성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 주기가 아닌데도 부정출혈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지만 백신 접종 부작용으로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아 답답한 현실”이라며 “여성에게는 생리 기간이 아닌 시기에 발생하는 하혈은 가장 공포스러운 일인데도, 병원에 가면 피임약을 처방해 주거나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말만 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추진단은 이런 주장과 달리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겪는 모든 이상반응에 대해 신고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반장은 “(월경 이상을)예방접종 이상반응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기준이 없다”며 “접종 후에 인과성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징후나 증상, 질환에 대해 다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널리 알려진 부작용이 아니면 ‘기타’ 항목으로 보고를 해야 하다보니 생긴 오해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이 백신 접종 뒤 생리주기 변화나 이상 질 출혈 증상을 겪었는지는 알 수 없다. 추진단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보고는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일시적인 증상이다보니 이상반응 보고까지는 않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인양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대한산부인과학회 부대변인)는 “백신을 접종하면 항원에 대해 항체가 만들어지는데 우리 몸이 면역반응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크게 일어난다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라며 “뇌하수체와 난소, 자궁내막이 삼중주로 생리 주기를 만들어내는데 이 중 한 두 가지가 면역반응에 영향을 받아 균형이 깨지면 월경 이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추정했다. 다만 박 교수는 “현재로썬 월경 이상은 일시적인 증상이고, 의학적으로 조절 가능한 만큼 득실을 따져보면 접종을 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월경 이상 14만건” 美 당국 움직인 두 교수의 노력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영국의 의약품ㆍ의료제품규제청(MHRA)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18일까지 영국 여성에게 4600만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졌는데, 생리일 연장ㆍ지연, 예상치 못한 질 출혈 등 생리 이상은 3만2455건 보고됐다.
영국 정부는 “보고된 생리 변화는 대부분 일시적이며, 백신이 여성의 생식 능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라며 “불편하거나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생리 문제는 매우 흔하며 스트레스 등 생활 속에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월경 이상은 코로나19 감염 시, 완치 후 후유증 등으로도 나타난다고 한다.

지난달 11일 미국 라디오방송 NPR 보도에 따르면 일리노이대 인류학과 케이트 클랜시 교수와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생물인류학자 캐서린 리는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의 월경 이상 증상을 부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두 사람은 의학 연구자가 아니다. 클랜시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백신 1차 접종 이후 월경 이상 증상을 겪었다는 글을 썼는데, 이후 몇개월동안 같은 증상을 겪었다는 여성들의 경험담이 쏟아졌다. 두 사람은 백신 접종 후 생리량이 급증하거나 주기가 바뀌는 등의 변화를 겪었다는 여성들의 증언을 14만건 이상 모았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내 접종 중인 화이자ㆍ모더나ㆍ얀센 백신이 여성의 월경이나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임상 과정에서 보고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4만명의 사례 보고서가 화제가 되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과의 인과관계를 면밀히 분석해보겠다”고 밝혔다.

여성 월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너무 많아 연구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FDA는 NPR에 “백신이 여성 월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하려면 여성 개인마다 다른 생리 주기를 고려해 스트레스, 영양상태 등 수많은 변수를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아직 국내에 보고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 분석 자체가 쉽지 않다”라며 “해외 동향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국내 사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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