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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산 백신 주권 길 터준 AZ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

식품의약품안전처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3상 임상시험을 기존 백신과 비교해 효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허가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의 첫 3상 임상시험이자, 코로나19 백신 자급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큰 의미가 있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전통적인 위약대조 임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이 비교 임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프랑스 발네바도 면역 원성을 비교하는 3상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 방식의 연구를 통해 국내외에서 허가된 품목도 많다.

이번 비교 임상의 대조백신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다. 전 세계 많은 제약사가 대조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3상 시험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AZ의 대조백신 무상 제공은 국산 백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백신에 의존해야만 했던 한국이 백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AZ가 중요한 길을 터준 셈이다. 최근 몇 달 동안 대조백신을 구하기 위해 여러 기업과 국제기구 등에 수많은 협조 요청을 해오던 정부도 한시름 놓게 됐다.

AZ 백신은 국내 처음 승인된 코로나19 예방 백신이며, 국내 가장 많은 인구가 접종을 완료한 백신이다. 지난 2월 첫 백신 접종 후 약 6개월여 만에 1차 접종률이 50%를 넘을 수 있었던 것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백신을 생산, 국내 공급을 우선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AZ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공익적 목적으로 전 세계에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런 가격 책정은 현재 백신 공급 기업 중 유일하다.

앞으로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도출돼 국산 백신 상용화가 가능해지면 국내 공급뿐 아니라 국산 백신의 글로벌 진출까지 가능할 것이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 발전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팬데믹 위기 해소 가속화에 한국이 크게 기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10년 가까이 소요되는 백신 개발의 여정을 당기기 위해서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백신 개발이라는 국가적인 계획의 달성을 위해 AZ가 대조임상 백신을 제공한 것을 물꼬로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발돋움하고 공중 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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