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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환경 살리는 소규모 분산형 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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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8월 5일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수단은 이른바 ‘전력화(電力化)’로, 앞으로는 기계·자동차·난방·농업 등에서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2050년 전력 수요는 2018년 대비 약 2.4배나 된다.

결국 탄소중립 실현 여부는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주된 전기 수요처인 대도시의 전력공급 자립률은 2019년 기준 대전 1.8%, 서울 3.9%, 광주 6.5%로 매우 낮다. 멀리 바닷가, 산지, 농지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대도시로 오다 보니, 송배전 과정에서 전기가 손실되는 금액은 2019년에만 약 2조원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밀양에서 겪은 바 있으며, 현재는 영동지역의 전기가 수도권으로 오는 송전선로 건설로 강원도 지역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수요지 내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분산형 전원의 확대가 탄소중립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그런데 분산형 전원은 대도시에 입지해야 하기에 새로운 부지를 구하는 것이 비용 및 수용성 측면에서 만만치 않다. 따라서 기존 부지를 활용해 도심 내 안정적 전력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약 18만 대인 전기차가 2034년이 되면 485만 대가 돼 27배로 늘어난다. 차량 운행이 많은 도심에서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기 생산 및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보가 중요할 것이다. 이때 공영주차장, 주유소, LPG 충전소 등을 소규모 분산형 전원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에서 언급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좋은 대안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태양광, 수요자원 등 분산에너지를 모아 전력시장 또는 전기차 충전 소비자에게 전기를 파는 가상발전소다.

특히 연료전지는 태양광 설비보다 부지 면적이 40분의 1만 필요하지만 이용률은 6배에 달하기에 도심 수요지에 적합한 분산 전원이다. 전기차 증가로 위기에 처할 주유소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된다면 친환경 분산형 발전의 허브가 돼 일자리도 지키면서 전기차 충전의 편리성도 개선하는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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