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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관자가 아니었나?” 드라마 ‘D.P.’가 던지는 물음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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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넷플릭스 ‘D.P.’는 ‘탈영병 잡는 헌병’ D.P. 소속 정해인(오른쪽), 구교환을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D.P.’는 ‘탈영병 잡는 헌병’ D.P. 소속 정해인(오른쪽), 구교환을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거창한 교훈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방관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언가 있지 않을까’란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한준희 감독은 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D.P.(Deserter Persuit)는 군대에서 도망친 탈영병을 잡는 헌병 특수조를 뜻한다. 드라마는 D.P.인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이 탈영병들을 쫓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군대 내 폭력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한 감독은 “군대에 대한 각자의 경험이 모두 달라서, ‘난 안 그랬는데? 요즘도 그래?’하는 말들이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첫 공개된 ‘D.P.’는 사실적 군 생활 고증으로 화제를 모으며 단박에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올랐다. 2014년 배경이지만, 2021년의 현실과도 맞닿아있어서다.

‘D.P.’에 등장하는 탈영병 5명 중 3명이 군대 내 괴롭힘, 1명이 가정사 때문에 탈영한다. 5명 중 2명은 자살로 끝이 난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군 사망사고는 2011년 143건에서 2020년 55건으로 줄었지만, 그중 자살은 2011년 97건에서 2020년 42건으로 오히려 비중은 더 늘었다.

한준희 감독

한준희 감독

드라마는 매회 오프닝, 검정 배경에 흰 글씨로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를 보여준다.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에 따라 청춘의 시간을 구속당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은 1년에 12만명이 넘는다. 한 감독은 “1년 반이란 시간 동안 타의로 어딘가 가서, 나가지 못하고 생활하고, 훈련받고 지낸다는 게 사실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작품을 보다 보면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볼 수 있게, 그런 함의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 감독은 “한호열은 이상적인 인물이고, 그 또한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선의를 가지고 움직이는 인물”이라며 “거창한 게 아니라 사소한 선의,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 선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리즈 6화 중 마지막 화의 제목은 ‘방관자들’이다. 안준호의 첫 작전 대상이었던 탈영병은 자살했다. 군대 내 폭력 피해자였다. 납골당에서 마주친 탈영병의 누나는 안준호에게 “그렇게 착하고 성실한 애가 괴롭힘당할 때 왜 보고만 있었냐구요”라고 묻는다.

내 문제가 아니니 지켜보고, 전역하면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다 털자”는 개인이 모여 방관하는 조직이 된다. 2019년 인권위 조사에서 “군 기강 확립을 위해 언어폭력 및 가혹 행위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의견도 다수 조사돼 일선 병사들 사이에서도 폭력 행위에 대한 인식이 갈리는 게 현실이다. 한 감독은 “마지막 부제는 ‘방관자’로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하며 지었다”면서 “특정 누군가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나는 방관자가 아니었나?’ ‘나는 되게 좋은 선임이었던 것 같은데…. 정말 그랬나?’ ‘아니었을 수도 있나?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노력을 조금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OTT 콘텐트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D.P.’는 현재 태국·필리핀 2위, 홍콩·싱가포르 3위, 대만 4위, 일본 5위 등 아시아권에서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한 감독은 “이런 폭발적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군대 이야기지만 군대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고 그걸 공감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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