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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동성 키스신 지운 SBS···인권위 '편견 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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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SBS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 연인 간의 키스신을 삭제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방송사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모자이크 처리한 행위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주장한 진정에 대해 이같이 판단했다고 1일 밝혔다.

SBS는 지난 2월 설 특선 영화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했다. 영화는 밴드 ‘퀸’의 리드 보컬이자 성 소수자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그의 음악을 담았다. SBS는 영화 속 장면 중 머큐리와 그의 동성 연인이었던 짐 허튼의 키스신을 삭제하고, 남성 보조출연자들의 키스신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에 시민단체 성 소수자 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SBS 측은 당시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였던 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선례를 검토한 결정이었다고 인권위에 설명했다.

인권위는 먼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특정한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민단체가 낸 진정은 각하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다만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하거나 모자이크 처리한 행위는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며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이 확대·재생산되지 않도록 하고, 방송 편성 시 성 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위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예비후보 시절인 지난 2월 TV토론회에서 ‘퀴어 퍼레이드에 나갈 생각이 있는가’는 질문에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한 것과 관련해 제기된 진정 사건에 대해서도 특정인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 결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거 기간 중 성 소수자에 대해 ‘거부할 권리’, ‘보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확산시키고, 차별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당 차원에서 윤리 규정에 혐오 표현 예방과 금지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키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퀴어 축제 관련 반대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한 진정 건도 기각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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