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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정체 최재형의 고민…‘따뜻한 원칙주의자’냐, ‘선명성 경쟁’이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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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좀체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의 강점으로 평가받는 ‘따뜻한 원칙주의자’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일정도 잡고 있지만, 정치 선언 직후보다 여론의 주목도는 떨어진 상태다. “너무 밋밋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부인 이소연 씨가 1일 서울 관악구 난곡동 베이비박스 운영시설인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이종락 목사로부터 베이비박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부인 이소연 씨가 1일 서울 관악구 난곡동 베이비박스 운영시설인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이종락 목사로부터 베이비박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에 알리지 않고 찾은 대리점주 빈소

최 전 원장은 1일 부인 이소연씨와 함께 베이비박스 운영시설인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를 방문했다. 베이비박스는 부모들이 양육을 포기한 영아를 임시로 보호하는 시설이다. 최 전 원장은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여러 제도를 완비하고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 부부는 두 아들을 입양한 부모이기도 하다. 최재형 캠프 관계자는 “최 전 원장 스스로 입양 문제에 관심이 크고, 그의 강점인 ‘따뜻함’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 잡은 일정”이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도 민감한 정치 이슈와 거리가 있는 일정을 잡은 것이다. 언론 노출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베이비박스 운영시설 방문한 최재형 1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관악구 난곡동 베이비박스 운영시설인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배우자 이소연씨와 방문해 이종락 목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베이비박스 운영시설 방문한 최재형 1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관악구 난곡동 베이비박스 운영시설인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배우자 이소연씨와 방문해 이종락 목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 전 원장은 전날 택배 대리점을 운영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씨 빈소에 조문을 다녀왔다. 캠프는 언론에 사전에 일정을 공지하지 않고, 사후에 사진과 메시지만 공개했다. 공보팀에서 일정을 공개하자고 건의했지만, 최 전 원장이 “진정성 있게 조용히 다녀오는 게 맞다”고 주장해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기성 정치인과 다른 최 전 원장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 전 원장에게 종종 조언을 하는 원로 정치인은 “상대방을 비판만 하고, 센 발언으로 주목받는 기존 정치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최 전 원장은 정치 개혁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고민 중" 여전히 해답 못 찾는 캠프

하지만 이런 행보가 지지율로 연계되진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최 전 원장의 행보와 메시지에 대해 “너무 밋밋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중 지지율이 4위까지 밀리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캠프 내에선 “지금 같은 전략으로는 지지율 반등이 어렵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일부 참모진 이탈도 있어 캠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선명성 경쟁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지난주 선임된 김선동 총괄본부장은 기존 전략을 점검하고 새 전략을 마련하는 중이다. 김 본부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캠프를 정비하고 있다. 청년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청년 캠프’를 가동하고, 외곽에서 조언을 해주는 인사들로 ‘클라우드 캠프’도 꾸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전 원장의 강점은 법치주의, 헌법 수호 등인데 이를 부각할 메시지를 어떻게 던질 수 있을까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가운데)이 3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자영업 연대와 전국 자영업자 모임이 주최한 '품앗이 챌린지'에 참석해 자영업연대 이종민 대표(왼쪽)와 전국자영업자모임 송희진 대표(오른쪽)와 함께 챌린지 홍보 유인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가운데)이 3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자영업 연대와 전국 자영업자 모임이 주최한 '품앗이 챌린지'에 참석해 자영업연대 이종민 대표(왼쪽)와 전국자영업자모임 송희진 대표(오른쪽)와 함께 챌린지 홍보 유인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영우 캠프상황실장은 “최 전 원장의 색깔이 분명 있는데, 그게 지금까지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따뜻한 원칙주의자’라는 그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는 지지율 반등을 위한 방법론에 대해선 여전히 ‘어떻게’라는 물음에 구체적인 답을 못 찾은 모습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는 “‘반문’은 윤석열 전 총장이, ‘보수’는 홍준표 의원이, ‘개혁’은 유승민 전 의원이 선점한 상태인데 이런 구도 속에서 최 전 원장은 자신만의 브랜드가 무엇인지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유 중 하나는 아무도 생각 못한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던졌던 것”이라며 “최 전 원장도 그런 이슈를 제시할 수 없다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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