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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월급 1.4%만 올리는데…확 늘어난 총 인건비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1.4%로 정했다. 올해보다는 높고, 평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공무원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공무원 임금 인상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이처럼 정했다. 지난해 결정한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0.9%였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를 겪었던 지난 2009~2010년 공무원 임금을 동결한 뒤 11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었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자문기구인 공무원 보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로 1.9~2.2%를 제시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간의 고용시장과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공무원 처우를 결정한 것”이라며 “보수위의 권고를 존중하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예산안이 발표된 전날 “정부는 공무원이 흘린 땀과 희생의 가치를 잊은 채 또다시 일방적으로 희생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보수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묵살했다”며 “보수위를 국무총리 위원회로 격상하고, 국무총리가 직접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세종청사 관가에서는 “코로나 위기를 넘기려고 공무원도 고생했는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기재부는 각종 공무원 경비도 깎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도 ‘공공분야의 고통 분담’을 강조했다. 내년에는 특수활동비‧부서활동비‧국외여비‧업무추진비 등을 전년 대비 1.7% 절감할 계획이다.

공무원의 임금 인상률은 민간보다 낮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600대 비금융기업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결과 평균 임금 인상률은 3.2%였다.

문제는 공무원 전체에 들어가는 인건비 예산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고통 분담’을 이유로 들며 인상률을 억제하고는 있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워낙 공무원 일자리를 많이 늘려 모수 자체가 커진 탓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공무원 수는 9만9465명이 늘었는데, 이는 현 정부 출범 전 약 20년간 늘어난 공무원 수(4개 정부 총 9만6571명)보다도 많다.

역대 정부 공무원 수 증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역대 정부 공무원 수 증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국가공무원 인건비로 41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해인 2017년 인건비 예산은 33조4000억원이었다. 5년 만에 8조원(23.7%)이 늘었다.

여기에 지방공무원까지 합하면 인건비 부담은 더 크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을 합한 인건비로 59조5000억원을 썼다.내년에는 60조원을 넘긴다. 2017년에는 50조7000억원이었다.

전문가는 현 정부 들어 공직사회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차기 정부의 재정 부담을 키워놓았다고 지적한다. 공무원 인원 확대가 정부의 공약이 되면서 젊은 세대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구하는 데 몰두하는 경향도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청년층 취업 준비자 10명 중 3명(32.4%)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은 한 번 많이 뽑으면 다시 줄이기도 어렵기 때문에 재정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당장 가계와 기업 모두에 세금으로 부담을 지게 하고, 미래의 연금 부채도 키우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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