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협의체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교환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 ‘8인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합의문 작성 이틀째인 1일부터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신경전을 시작했다. 양당은 전날 국회의장 주재로 ▶언론중재법 협의체 여야 동수 총 8인 구성(국회의원 각 2인, 언론계·관계전문가 각 2인 추천) ▶9월 26일까지 협의체 활동 및 27일 본회의 상정 등에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을 두고 해석 논쟁에 들어간 양상이다.
양당 원내대표는 먼저 ‘27일 본회의에서 상정, 처리한다’는 합의 문구에 대해서부터 각각 다른 해석을 내놨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야당도)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며 “찬성하든 반대하든 또는 협의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필리버스터를 하던 간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합의안이 있어야 상정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조건도 없이 상정해서 처리하는 것”이라며 ‘합의 처리’가 전제가 아니라고도 못 박았다.
이어 방송에 출연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는) 그냥 민주당의 일방적인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저희 당 입장에서는 합의안이 마련된다는 전제 하에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합의가 안 되면 시간을 가지고 더 논의해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경우에 대해선 “100석 남짓한 의석을 갖고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으니 국민 여론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의·중과실 추정 삭제’ 서로 다른 소리
법안 수정 방향에 대한 입장도 서로 엇갈렸다. 핵심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쪽에서 협의하는 과정에서 그건 삭제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얘기했다”며 “당연히 삭제된 상태에서 논의돼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윤 원내대표는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당이 논의 과정에 일방적으로 거론한 내용이고, 여야 간 삭제하는 것을 합의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중재법 이외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 1인 미디어에 대한 입법 등도 ‘패키지’로 추진할지에 대해서도 양측은 이견을 보였다. 윤 원내대표는 “협의체를 통해 언론중재법 논의를 하고, 나머지 방송법·신문법·정보통신망법에 대한 논의도 우리 당이 주도적으로 끌어나가겠다”고 말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십수 년 동안 해결이 안 됐던 문제가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번갯불에 콩 볶듯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고 맞섰다.
김승원 “GSGG”이어…김용민도 박병석 공개 비판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27일 언론중재법 통과 의지를 다지는 발언이 쏟아졌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도 찬성하든 반대하든, 자의 타의든 (법안 처리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며 “27일간 허송세월하지 않고 숙성시켜서 더 농밀한, 실행성 높은 법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법안을) 원점으로 돌리려는 정략적 시도는 허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를 끌어낸 박병석 국회의장을 겨냥해선 “국회의장도 27일 법안 처리 약속을 이행시켜주시기를 바란다. 정치가 대다수 국민의 분노를 일부 강경파(의 독주)로 치부해선 안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그와 함께 당 미디어특위에서 활동한 김승원 의원은 전날 박 의장은 향해 “GSGG”라는 욕설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한 뒤, 이후 논란이 일자 직접 박 의장을 찾아 사과했다.
각 당 추천 의원 확정…與 김종민·김용민, 野 최형두·전주혜
한편 이날 오전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8인 협의체 구성원 중 각각 국회의원 2인 추천을 완료했다. 민주당에선 김종민·김용민 의원이, 국민의힘에선 최형두·전주혜 의원이 추천돼 확정됐다. 나머지 전문가 추천 및 향후 일정에 대해선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언론계 인사 등을 선정해 추천하고, 협의체 1차 회의도 가급적 조기에 실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