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출신 일본 톱스타, 미야와키 사쿠라 한국행 왜?

중앙일보

입력 2021.08.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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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이즈원 출신 미야와키 사쿠라가 Mnet의 ‘프로듀스48’에 참가한 모습. [사진 CJ ENM]

아이즈원 출신 미야와키 사쿠라가 Mnet의 ‘프로듀스48’에 참가한 모습. [사진 CJ ENM]

일본의 톱스타 미야와키 사쿠라가 한국의 하이브측과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올 3월 계약 만료된 아이즈원의 멤버였지만, 일본 최고의 걸그룹 AKB48에서 센터를 도맡아 온 그는 일본 내 대중적 영향력이 크다. 지난 6월 AKB48에서 공식 은퇴하고, 지난 2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일본 톱스타인 미야와키 사쿠라는 왜 스물셋, 전성기에 오를 나이에 한국행을 택했을까.

바뀐 상황 때문이다. 2000년대만 해도 일본은 한국 정상급 스타들의 가치를 증명하는 꿈의 무대였다. SES,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한국에서 데뷔해 톱스타 반열에 오른 가수들이 줄줄이 일본의 문을 두드렸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일본 오리콘차트에 이름을 올렸다거나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한다는 것이 아티스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좋은 홍보수단이었다. 일본의 시장이 크다는 점도 있었지만, 음악 수준도 일본이 아시아의 톱이라고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년이 지난 현재는 다르다. 일본에서 데뷔했거나 인기를 얻은 스타들이 원점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한국 행을 택한다. Mnet 한중일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걸스플래닛 999’에는 일본인 33명이 참여 중인데 오카자키 모모코(사쿠라가쿠인), 카와구치 유리나(X21) 등 일본 걸그룹 멤버도 있다. 2019년엔 AKB48의 인기 멤버 다카하시 쥬리가 한국 걸그룹 로켓펀치에 합류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가요계 관계자들은 달라진 K팝 위상을 꼽는다. 2010년대 이후 소녀시대, 빅뱅 등 K팝 스타들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등에서도 팬덤을 갖추고 월드투어를 진행했고, 특히 방탄소년단(BTS)이 세계 최고 권위의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며 K팝의 위상도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아시아 음악 시장의 중심은 이제 한국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며 “한국에서 활동하면 글로벌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 활동하면 일본 밖에선 주목받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가 2018년 한일 합작 걸그룹 오디션 Mnet의 ‘프로듀스48’이다. 일본에선 이미 데뷔한 AKB48 멤버들이 한국에서 걸그룹에 데뷔하기 위해 한국의 연습생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경쟁했다. 이를 통해 미야와키 사쿠라, 야부키 나코, 혼다 히토미 등이 12인조 걸그룹 아이즈원에 합류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연예기획사 요시모토 흥업의 가미가소 슈 콘텐트제작 겸 사업본부장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BTS 탄생 등 상황에서 일본 아이돌도 K팝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며 “K팝 아이돌은 일본 아이돌에게 없는 ‘댄스’ ‘랩’ ‘가창력’ 등에서 매우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급속한 디지털화로 세계 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고퀄리티의 퍼포먼스가 필수’라는 생각이 일본에서도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걸그룹에서 두드러진 이유는 왜일까.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일본 음악 시장에서 걸그룹은 악수회 등 팬과의 오프라인 행사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벌어들이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이런 오프라인 행사가 막히면서 걸그룹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일본에서 걸그룹은 여전히 여성성이 강조되는 반면 한국은 걸크러시 장르가 유행하는 등 일본보다 음악으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더 강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야와키 사쿠라는 2018년 ‘프로듀스48’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한국 걸그룹은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져서 이곳에서 나를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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