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 절벽'에 비규제지역으로 몰리는 '뭉칫돈'

중앙일보

입력 2021.08.30 18:42

각종 부동산 규제를 피해 시중 부동자금이 비규제지역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사진은 한 부동산에 붙어있는 매물 현황판. 연합뉴스

각종 부동산 규제를 피해 시중 부동자금이 비규제지역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사진은 한 부동산에 붙어있는 매물 현황판. 연합뉴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에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각종 규제까지 겹치면서 매수세는 주춤하지만, 이보다 매물이 더 급격하게 줄면서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투자 수요가 지방의 비규제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한 곳을 누르자 다른 곳이 튀어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워낙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상태라 투자 열기가 뜨겁다.

30일 중앙일보가 올해 1~7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아파트 거래(매매 기준) 38만5143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규제지역 거래가 12만5588건으로 전체의 32.6%를 차지한다. 올해 1~7월 기준 전국 236개 시·군·구 가운데 비규제지역은 75곳으로 전체의 31.7%였다.

이번 조사에선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시·군·구 가운데 일부 제외된 읍면동의 거래까지 구분했다. 예를 들어 규제지역인 경기 파주시의 경우 문산읍, 파주읍 등은 비규제지역으로 분류한 것이다. 전체 아파트 매매에서 비규제지역 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월별로 보면 1월(1만8575건)과 2월(1만5633건) 31.1%에서 6월(1만8069건) 35.2%, 7월(1만8677건) 33.7%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규제-비규제지역 아파트 거래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해 규제-비규제지역 아파트 거래 비중.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는 수도권에서 시작한 집값 상승세가 전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에만 네 차례(2·6·11·12월)에 걸쳐 규제지역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와 전주·청주·천안·창원 등 지방 주요 도시가 지난해 규제지역으로 대거 편입됐다. 하지만 지난해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방 중소도시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데이터를 통해서도 비규제지역의 아파트 거래량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전국 비규제지역 아파트 거래량(매매·임대차)은 18만163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만4093건)보다 46.37% 늘었다. 특히 충남이 지난해 상반기 1만4449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2만8237건으로 95.4% 증가했고, 제주가 1984건에서 3867건으로 거래량이 94.9% 늘었다. 반면 전국 전체 거래량은 75만7279건에서 65만2369건으로 13.9% 감소했다.

경기도 동두천시의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송내동과 지행동, 생연동, 보산동, 동두천동, 상패동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으며, 이는 30일부터 적용된다.연합뉴스

경기도 동두천시의 일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송내동과 지행동, 생연동, 보산동, 동두천동, 상패동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으며, 이는 30일부터 적용된다.연합뉴스

이들 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수도권은 1년)만 지나면 세대주, 세대원 모두 1순위 자격이 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는 최대 70%까지 가능하고, 재당첨 제한이 없다. 여기에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은 최대 6개월로 짧다. 취득세, 양도세 등 세금 부담도 규제지역에 비해 적다.

비규제지역 아파트를 매수하는 외지인이 크게 늘고 있는데,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부동산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매매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거주자의 제주 아파트 매수는 164건으로, 지난해 동기(82건) 대비 배로 증가했다. 올해 경남 아파트 매수는 711건으로, 지난해 (711건) 대비 72.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북도 387건에서 629건으로 62.5% 늘어났다.

거래량이 늘면서 집값도 크게 올랐다.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지역이 비규제지역인 제주와 강원은 올해 들어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제주는 지난해 아파트값이 1.45% 내렸지만 올해 8월 넷째 주까지 15.40% 올랐다. 강원은 지난해 1.07%에서 6.32%로 6배가량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7월 입주를 시작한 강릉시 강릉유천유승한내들퍼스트 전용 84㎡의 경우 2018년 분양가가 3억원 초반대였지만, 지난 4월 5억6101만원으로 2억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재건축을 앞둔 제주시 이도2동 주공1단지 전용면적 59.3㎡는 6월 3일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5억7000만원(3층)에 거래됐는데, 반년 만에 2억6000만원이 올랐다. 현재 같은 면적의 매물은 1개인데, 호가가 9억8000만원이다.

청약 시장에서도 비규제지역 지방 도시들이 인기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가 부동산원의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도권과 5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도시의 1순위 청약수는 64만231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837건의 4배가량이다. 1순위 경쟁률도 지난해 8.03대1에서 16.80대1로 늘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경우 지난해부터 입주 물량이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됐다"며 "6~7만 가구를 유지하던 미분양 물량도 최근 1만 6000가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분양 시장이 살아났고, 매매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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