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발언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충청지역에서 열린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가 인천시의 ‘K-바이오랩 허브’ 사업 유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서다.
이재명 “K-바이오랩, 비수도권에 가점 줬어야”
3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 28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충청권 첨단산업벨트 조성’을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최근 K-바이오랩 허브 국가공모 사업은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에 가점을 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후 열린 질의응답에서도 “공모사업을 할 경우에 균형발전의 취지에 부합하게 동일한 조건이라면 지방에 가점을 주거나 우선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바이오랩은 대전시가 먼저 기획해서 제안한 사업인데 이것을 공모사업으로 전환해서 수도권에 선정하다 보니까 상실감, 박탈감이 큰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바이오랩 문제가 필요하면 다른 공모사업을 추가로 하든지 했어야지, 지방에서 제안한 좋은 기획안을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해) 수도권에 선정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K-바이오랩 허브 사업은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을 위해 신약 개발 등 생명공학 분야 창업 특화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중소기업벤처부는 공모를 통해 지난달 K-바이오랩 허브 최적지로 인천 송도를 선정했다.
박남춘 “집권당과 정부 정책 결정 비판해야 했나”
이 지사의 발언이 알려지자 박 시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2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K-바이오랩 허브 유치를 위해 하나로 뭉쳐 성공한 인천시민을 대표해 유감을 뜻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오산업은 미래산업이자, 코로나19로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국가의 매우 중요한 산업분야라 인천 역시 그 중요성을 알기에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며“이미 송도 바이오밸리엔 빅3로 불리는 바이오기업들이 있고,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 유치도 이뤄내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며 K-바이오랩 송도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박 시장은 지난 8일 인천시 기자간담회 이 지사가 인천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당시 이 지사는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서울과 경기도는 미루는 측면이 있고, 인천은 급해서 이해관계 조정을 잘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매립지 종료를 위한) 인천시민들의 노력과 뜻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이라며 “시간 끌기를 하다가 현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연장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었다.
인천시 “대선 후보들에 인천시 현안 입장 물을 것”
박 시장은 “서울·경기를 위해 인천의 희생이 불가피한 것이냐?”며 “이번 역시 충청을 위해 집권당과 정부의 정책 결정을 비판하며 인천시민의 오해를 불러올 발언을 한 것이 적절했느냐”고 지적했다.
또 “지역의 아쉬움을 달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며 “오는 인천 경선에서는 K-바이오 허브 유치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몹시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박 시장은 그동안 민주당 경선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지켜왔는데, 이 지사가 지난 수도권 매립지 발언에 이어 K-바이오랩 허브 인천 유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자 인천시장으로서 의견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조만간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 인천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는 “충청권 공약 발표하면서 수도권 집중이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가점(인센티브 제공)을 줬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