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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삼키고 MVP도 먹은 정지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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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정지윤이 컵대회에서 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연합뉴스]

정지윤이 컵대회에서 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연합뉴스]

지난 시즌 여자배구 최하위에 머물렀던 현대건설이 올 시즌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정지윤(20)이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29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프로배구 컵대회 결승에서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0(25-23, 25-23, 28-26)으로 이겼다. 현대건설은 2019년 우승 후 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통산 4회 우승으로 GS칼텍스와 함께 역대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프로 4년 차 정지윤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7점을 올린 그는 기자단 투표를 통해 MVP에 올랐다. 준우승팀 수훈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MIP)은 GS칼텍스 강소휘가 받았다. 라이징스타상은 현대건설 이다현에게 돌아갔다.

29일 컵대회 결승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현대건설 정지윤. [사진 한국배구연맹]

29일 컵대회 결승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현대건설 정지윤.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지윤의 포지션은 미들블로커다. 이 포지션을 소화하기엔 키(1m80㎝)가 작지만, 점프력이 좋다. 블로킹은 물론 공격도 뛰어나다. 하지만 현대건설에는 양효진·이다현 등 좋은 미들블로커가 있다. 정지윤의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서도 레프트로 포지션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

올해 부임한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정지윤을 레프트로 자주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 감독은 “우리 팀뿐 아니라 한국 배구를 위해서도 정지윤이 레프트로 성장해주는 게 좋다. 리시브 연습을 해보면 (레프트로서) 센스가 있다”고 말했다.

공격력과 블로킹이 좋은 정지윤이 레프트로 자리 잡으면, 대표팀을 떠난 김연경(33·상하이)의 빈자리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 정지윤과 함께 도쿄올림픽에 다녀온 김연경도 같은 생각이다. 강 감독은 “최근 연경이와 통화했는데, 대표팀을 위해서라도 지윤이가 레프트로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서브 리시브를 몸에 익히는 건 쉽지 않다. 여러 포지션을 오가야 하는 팀 사정상 정지윤이 느끼는 부담감도 크다. 지난 26일 KGC인삼공사와 순위결정전에서 리시브 범실을 한 뒤 교체된 정지윤은 웜업존 뒤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지윤은 씩씩하게 이겨냈다. 28일 준결승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곰탕 두 그릇을 먹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구단 소셜미디어(SNS)에도 올라왔다. 결승에서도 맹활약했다.

이번 대회 부진을 겪은 뒤 이겨내고 해맑게 웃은 정지윤. [사진 현대건설 페이스북 캡처]

이번 대회 부진을 겪은 뒤 이겨내고 해맑게 웃은 정지윤. [사진 현대건설 페이스북 캡처]

정지윤은 경기 뒤 “MVP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잘한 언니도 많고 개인적으로 기복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신인상 때도 받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받겠다"고 했다.

정지윤은 "지난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레프트로 준비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다현이도 좋은 센터고, 주변 분들이 레프트로 해야 된다는 말씀을 해줬다. 센터와 라이트는 계속 했지만 마음 속에는 레프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리시브와 수비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하루 아침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이 받고 연습하겠다. 울기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김)연경 언니가 높은 블로킹 앞에서 어떻게 때려야 하는지에 대해 연경 언니가 알려줬다. 좋지 않은 습관도 알려줬다. 레프트로서 자리잡길 바란다고 언니가 말한 기사도 봤다. 레프트로서 좋은 장점이 있다고 말해주셨는데, 기대만큼 내가 더 발전해야 그만한 선수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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