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문 놓고 줄다리기 16시간/북한­일 회담 평양ㆍ동경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후 45년간」 문안 포함여부로 난산/가네마루 「독주」에 외무성 강한 불만
일본 자민ㆍ사회당과 북한노동당간의 공동선언은 가네마루(김환) 전 부총리의 독주에 가까운 「결단」에 의해 타결을 보았으며,이에 대해 일본외무성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은 이번 가네마루 방북단의 공동선언 발표와 관련,평양 및 동경의 반응 및 표정이다.<편집자주>
○완전 북한 페이스
○…일본 자민ㆍ사회 양당과 조선노동당간의 「공동선언」 작성작업은 27일 밤부터 시작,28일 오후 3시까지 무려 16시간이나 끈 끝에 태어나는 난산이었다.
의견 조정에 가장 난항을 보인 대목이 「전후 45년간」을 포함시키느냐의 여부였다.
북한측의 논리는 전후 일본 대북정책이 「적대시정책」이었으므로 「사죄와 배상」은 당연히 45년간도 대상이 돼야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이를 문안에 넣자고 제의한 데 대해 사회당이 동조했으나 자민당은 강하게 반대했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북한노동당 김용순 서기와의 3자 회담에서 가네마루가 선뜻 『자신의 책임으로 넣는다』고 결단,사실상 해결을 보았다.
이후 실무급 절충작업에서 자민당 의원 2명이 반대했지만 가네마루를 수행했던 이시이(석정) 자민당 사무총장도 『별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말해 북한측 제의를 수용하기로 낙착했다.
이 과정에서 외무성 수행간부가 완전히 따돌림을 당한 데 반해 노동당의 실무급 간부는 피로를 모르는 모습으로 발언을 계속,용어나 표기에도 일일이 신경을 쓰는 등 완전히 북한페이스였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사무소 자동 설치”
○…일본측은 이날의 「공동선언」을 당초 「공동성명」으로 부르려고 했으나 북한측이 선언으로 할 것을 고집해 그대로 따랐다.
일본외무성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선언쪽이 성명쪽보다 중요성을 지니고 있어 북한측이 이를 강력히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다나베(전변)는 기자회견에서 공동선언에 연락사무소가 언급되지 않은 점에 대해 『국교가 회복되면 자동적으로 재외공관이 생기기 때문에 공동선언에 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외무관리 따돌려
○…이번 공동선언과 관련,자민당 실력자 가네마루의 독주에 일본외무성은 완전 압도된 표정이다.
28일 밤 이 대표단 일행과 동행한 가와시마(천도) 외무성 아시아국 심의관은 하네다공항으로 출영나온 구리야마(율산) 사무차관에게 불평을 털어놓았다.
공동선언을 기초하는 방에 외무성 수행원들은 일체 들어가지 못하는 등 시종 따돌림받았다는 것이다.
이와관련,대표단 해단식이 벌어지는 한쪽 구석에서 가와시마 심의관은 계속 굳은 표정을 지었다.
○“한국 악감정 우려”
○…오자와(소택) 자민당 간사장이 내달 10일 방북하리라는 정보로 외무성에 또 한차례 파문을 던지고 있다.
『오자와 간사장은 집권당의 책임자로 그의 북한 방문은 무엇보다 한국국민의 감정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북한 일본 관계개선의 급격한 움직임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가이후(해부) 일본총리는 한국으로부터 북한ㆍ일본 관계의 급진전을 경계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한 대응을 기자단으로부터 질문받고 『북한ㆍ일본 관계의 진전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나쁘지는 않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한국측의 이해를 얻을 수 있으리란 태연한 모습이었다고 한 일본기자가 전했다.
○가토씨 파한키로
○…일본자민당은 가네마루 전 부총리의 북한 방문 결과를 한국에 설명하기 위해 가토(가등) 정조회장을 내달 10일을 전후해 파견할 방침이다.
자민당은 28일 가네마루의 방문결과가 한일간의 불화로 비화하지 않도록 이해를 촉구하기 위해 한일 의원연맹 간사장으로 있는 가토 회장을 파견한다고 설명했다.<동경=방인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