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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물가 쇼크…"가족 모이면 최소 100만원, 차라리 금지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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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기 수원에 사는 박모(54)씨는 지난 27일 마트에 갔다가 치솟은 과일값에 놀랐다. 박씨는 “장을 보러 갔는데 추석용으로 나온 과일이 여태 봤던 어떤 때보다 비싼 것 같았다”며 “명절 가족모임이 가능한지 아직 정부 발표가 안 났지만 차례상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식구들이 모이면 100만원 이상은 들 것 같아 차라리 금지되는 게 낫겠다고 싶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배 41%, 사과 14%, 삼겹살 16% 올라

정부가 추석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오는 30일부터 추석 성수품 공급을 시작한다. 올해 성수품 공급은 지난해보다 1주 앞서 시작하며, 총 3주에 걸쳐 19만2000t을 공급한다. 사진은 서울 광장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추석 성수품. 뉴스1

정부가 추석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오는 30일부터 추석 성수품 공급을 시작한다. 올해 성수품 공급은 지난해보다 1주 앞서 시작하며, 총 3주에 걸쳐 19만2000t을 공급한다. 사진은 서울 광장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추석 성수품. 뉴스1

올해 들어 계속된 밥상 물가 상승에 재난지원금과 배달쿠폰 지급까지 가시화하면서 추석 물가 걱정이 벌써 나오고 있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과일과 고기 등 농‧축산품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다.

배(신고‧10개)의 소매 가격은 24일 기준 5만250원이다. 1년 전 3만5595원보다 41.2%가 올랐다. 지난해 배 가격은 평년(3만4429원)보다 1000원 이상 비쌌지만, 그보다도 급등한 것이다. 사과(후지 상품‧10개)는 26일 기준 소매가 3만710원을 기록했다. 1년 전(2만6930원)보다 14.0% 비싸다. 사과와 배는 추석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과일로, 추석 물가의 ‘바로미터’로도 불린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 동향'.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 동향'.

가족 밥상은 물론 차례상에도 꼭 올라가야 하는 쌀(일반계‧20㎏)은 27일 6만1623원으로 1년 전 5만2479에서 17.4%가 올랐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 상승세도 만만찮다. 한우 등심 100g은 1만3040원으로, 전년 대비 8.5%가 올랐다. 삼겹살은 27일 100g 기준 2693원으로, 1년 전(2326원)보다 15.8%가 급등했다. 최근 강원도 고성과 인제에 이어 홍천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면서 삼겹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3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9월 20~22일)를 앞두고 정부는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계속해서 정부 지출을 늘리고 있어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5만원 지원금에 배달쿠폰까지 푼다 

‘추석 전’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힌 재난지원금(상생 국민지원금)이 물가에 변수가 될 예정이다. 정부는 소득 상위 12%를 제외한 국민 88%에 1인당 25원씩을 지급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국민지원금을 추석 전에 지급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9월 중 배달앱을 통해 2만원 이상 음식을 4번 이상 주문하면 1만원을 돌려주는 외식쿠폰 지급을 재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갑자기 돈이 풀리면서 소비심리를 자극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계속해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등으로 인해 돈이 풀리면 물가가 급속도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정책으로 인한 물가상승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스케줄을 ‘추석 전’이라고 못 박는 건 추석 여론을 포기 못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물가 안정 위해 총동원”한다지만

실제 지난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직후부터 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돼지고기 물가는 전년보다 12.2%, 1달 전보다 11.2% 상승했다. 소고기는 1년 전보다 6.6%가 올랐다. 당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0.3% 하락해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지만,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만 오른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6월에도 이어졌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4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4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최근 물가관계차관 회의에서 “추석 민생 안정 대책 최우선 과제인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해 16대 성수품 일평균 공급량을 평시보다 1.4배 확대하겠다”며 “추석 물가 상황을 매주 점검하는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재난지원금 효과 등을 우려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으로 소고기나 삼겹살을 사 먹는 수요가 늘면서 축산물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며 “올해도 명절을 앞두고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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