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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드라이어로 몸을 말려?" 탈의실서 다툰 두 남성, 법원 판단은

중앙일보

입력

판사 이미지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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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탈의실에서 욕설하며 위협을 가한 상대방을 112에 신고한 뒤 달아나려는 그를 막다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청미)는 최근 폭행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2019년 9월 강원도 원주시의 헬스장 내 탈의실에서 B씨에게 욕설을 들었다. B씨는 당시 헤어드라이어로 몸을 말리고 있는 A씨에게 다가가 욕설하고 다른 헤어드라이어를 집어 때릴 듯 위협했다.

A씨는 112에 신고했고, 경찰관을 기다리던 중 B씨가 현장을 벗어나려 하자 엘리베이터 출입구를 막으며 양손으로 B씨의 가슴을 밀쳤다. 검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무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CCTV 영상을 포함한 증거들을 근거로 A씨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B씨를 막아서며 가슴 부위에 손을 덴 사실은 인정했지만 A씨는 경찰이 오기 전 현장을 이탈하려는 B씨를 막으려고 했을 뿐 폭행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에게는 B씨를 강제로 막을 권한이 없었으므로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항소했다. A씨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B씨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점도 문제 삼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모습을 촬영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B씨로부터 협박 피해를 본A씨로서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B씨가 현장을 이탈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조처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양손을 들어 앞을 막는 자세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B의 몸에 가볍게 손을 대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고 이런 행동은 당시 상황에 비춰 사회 통념상 상당성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탈의실에서 A씨에게 욕설을 하고 협박한 B씨는 약식명령이 발령돼 벌금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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