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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두절됐던 아프간 최초 여성 시장, 독일로 탈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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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프간 최초의 여성 시장 가파리가 23일 독일에 도착한 후의 모습. [AP=연합뉴스]

아프간 최초의 여성 시장 가파리가 23일 독일에 도착한 후의 모습. [AP=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점령한 이후 연락이 두절됐던 아프간 최초의 여성 시장 자리파 가파리(29)가 아프간을 탈출해 23일(현지시간) 독일에 도착했다고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가파리는 지난 15일 영국 iNews를 통해 “탈레반이 나를 찾아와 죽일 것이다. 나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뒤 행방이 파악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가파리가 독일 군과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아프간을 탈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파리는 독일 도착 직후 “나와 내 가족은 독일에 이민 온 것이 아니라, 집 밖에 못 나오는 아프간인들과 일할 수 없거나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려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가파리는 지난 20년간 아프간에서 교육과 정치 참여 기회를 누린 젊은 아프간 여성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인도 펀자브대를 졸업한 그는 아프간 여성을 위한 비정부기구(NGO) 설립 등 수년간 아프간 여성 인권 운동을 해왔다. 2018년엔 역대 최연소인 26세에 아프간 마이단샤르 시(市)의 시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가파리는 시장 취임 후 끊임없이 위협을 받았다. 그는 25일 독일에서 AP통신과 만나 “아버지가 지난해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했으며 나 또한 거듭된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독일에 온 가파리는 억압받는 아프간 여성들을 대신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실태를 알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탈레반이 대중을 안심시키기 위해 ‘보복은 없다’고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며 “탈레반이 여성을 배제하면 성공적인 재집권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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