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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오른 윤희숙 부친 땅…"도로 난다더라" "세종 다 올랐다" [르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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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에서 땅값이 오르지 않은 데가 어디 있나. 땅이라는 게 하루만 지나도 값이 오르는데…” 

“팔순이 넘은 노인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부동산) 투기를 의심해볼 만하다”

부친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지난 25일 오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부친 소유의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의 모습. 신진호 기자

부친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지난 25일 오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부친 소유의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의 모습. 신진호 기자

25일 오전 세종시 전의면 산방1리. 국민의힘 윤희숙 국회의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마을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윤 의원 부친 소유의 땅(논)은 편도 1차선인 699번 지방도에서 소형트럭 한 대가 지날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 500m쯤 올라가야 도착한다.

주민들은 “20년 전만 해도 길이 좁아 이앙기와 트랙터도 들어올 수 없어 소를 몰고 직접 손으로 농사를 짓던 논”이라고 말했다. 11개의 다랑이로 이뤄진 논은 윤 의원의 부친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마을 주민 김모(66)씨가 농사를 짓고 있다. 50년 전 김씨의 부친이 사들였다가 10여 년 전 집안 사정으로 경매에 넘어갔지만, 낙찰을 받은 새 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계속 농사를 지어왔다고 한다.

윤희숙 부친, 2016년 5월 세종시 논 매입 

윤 의원의 부친은 2016년 5월 이전 소유자인 부동산업자에게서 돈을 사들인 뒤 김씨와 ‘농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경작을 맡겼다. 2016년 6월 8일의 일로 계약 기간은 5년이었다. 임대차 비용은 110만원으로 당시 쌀값을 기준으로 7가마 가격이었다고 한다. 김씨와 윤 의원 부친은 올해 5월 두 번째로 임대차 계약을 했다. 이번에는 5년이 아닌 3년이었다. 윤 의원 부친이 “조만간 내려와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해 계약 기간을 짧게 정했다고 한다.

부친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지난 25일 오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부친 소유의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의 모습. 신진호 기자

부친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지난 25일 오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부친 소유의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의 모습. 신진호 기자

김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의원 부친은 계약 체결 당시는 물론 5년간 자신의 딸이 국회의원이라는 것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며 “아들과 딸이 공무원인데 세종에 있다. 자식들과 가까운 곳에서 노후를 보낼 생각에 땅을 샀다는 말만 가끔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마을에 정착하겠다고 올해 2월쯤 (우리 집으로) 전입신고도 했고 여러 차례 묵어가기도 했다”며 “얼마 전 권익위윈회 직원들이 내려와 논은 물론 집까지 쫓아와 이것저것 묻고 알아갔는데 이런 사태가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사람이 왜 땅을" VS "구석이라 가치 낮아"

마을 주민들은 “투기 목적이라면 길도 좁고 외진 곳을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 부친 소유의 논이 마을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데다 바로 뒤에는 무연고 공동묘지가 자리 잡고 있다. 농기계가 쉽게 들어가지 못해 농민들이 농사를 꺼리는 곳이라고 한다. 물도 많고 토질이 질어 다른 지역 논보다 수확량이 60~7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지난 25일 오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부친 소유의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과 인접한 곳에 있는 세종미래산업단지. 신진호 기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지난 25일 오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부친 소유의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논과 인접한 곳에 있는 세종미래산업단지. 신진호 기자

반면 다른 주민은 “서울 사람이 시골까지 내려와 논을 매입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얼마 전부터 논 주변으로 4차선 도로가 지나갈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시지가 5년 만에 54% 올라 

국민권익위원회는 윤 의원 부친이 세종시가 아닌 서울(동대문구)에 살면서 농사를 현지 주민에게 위탁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가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토지대장을 보면 윤 의원 부친은 2016년 5월 9일 소유권을 이전했다. 매입한 논의 면적은 1만871㎡(약 3300평)로 거래 가격은 7억8000만원이다. 공시지가는 2016년 1월 평당(3.3㎡) 12만원에서 올해 1월 현재 18만8000원으로 54%가량 올랐다. 일각에서는 “매입 당시 가격과 현재 거래되는 땅값을 비교해 시세 차익만 1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윤 의원 제부(여동생의 남편)가 박근혜 정부 당시 실세이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보좌관을 지낸 데다 윤 의원 역시 한국개발원(KDI) 출신이라는 이유로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 부친이 매입한 논에서 2㎞ 거리에 세종미래산업단지, 2018년 지정된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연서면 와촌리·부동리 일원)와는 10㎞가량 떨어져 있다.

부친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지난 25일 오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부친 소유의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주변 도로에 산업단지 분양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부친의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지난 25일 오후 국회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부친 소유의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주변 도로에 산업단지 분양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세종시 관계자는 “윤 의원 부친 소유의 논은 일반산업단지와는 거리가 멀고 미래산업단지와 멀지 않다”며 “다만 미래산단은 2013년부터 조성이 추진된 곳이라 내부정보를 활용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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