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프레디 "서장훈 선배처럼 한국의 자랑 될게요"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15:39

업데이트 2021.08.26 18:40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휘문고 센터 프레디. 그는 최근 휘문고의 추계 고교농구연맹전 우승을 이끌었다. 정시종 기자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휘문고 센터 프레디. 그는 최근 휘문고의 추계 고교농구연맹전 우승을 이끌었다. 정시종 기자

“프레디!”
“넵!”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농구 센터
2m 탄력 뛰어나 리바운드 특기
추계 고교농구연맹전 MVP 올라
"성공해서 부모님께 삼겹살 대접"

송영진(43) 휘문고 농구 코치가 부르자, 프레디 무티바(18·2m1㎝)가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달려왔다. 25일 휘문고 농구장에서 만난 그는 이틀 전 끝난 제51회 추계 고교농구연맹전 우승 여운 때문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휘문고 3학년인 그는 안양고와 결승에서 23점, 26리바운드를 올렸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 프레디는 외국인 최초로 한국 고교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2018년 입국한 프레디는 한국어가 아직 서툴다. “분식집 김치볶음밥과 제육볶음 좋아요. 추어탕 잘 못 먹어요”라고 말하는 정도다. 코로나19 여파로 어학당이 문을 닫자 그는 유튜브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그의 모국어인 프랑스어 통역원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했다. 프레디는 아프리카식 불어로 “팀이 우승하고, MVP와 리바운드 타이틀까지 가져와서 기쁘다”며 웃었다.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프레디는 “2003년 수도 킨샤사에서 태어났다. 아빠가 재혼하셔서 형제가 12명, 여동생이 2명인 대가족이다. 난 다섯 살 때부터 집에서 형제들과 농구를 했다. 아빠 키가 1m90㎝, 엄마는 1m85㎝다. 삼촌이 프로농구선수였다”고 말했다.

휘문고 체육관에서 덩크슛을 터트리는 프레디. 정시종 기자

휘문고 체육관에서 덩크슛을 터트리는 프레디. 정시종 기자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된 걸까. 프레디는 “2018년 농구 선수를 꿈꾸며 일본에 갔다. 그런데 날 돕던 코치가 해고 당했다. (진로가 막히자) 그 코치가 잘 아는 휘문고를 추천했다. 2018년 11월 한국에 와서 연습경기를 했다. 한국 프로농구를 봤는데 일본보다 수준이 높더라. 그래서 한국에 머물기로 마음먹었고, 2019년 휘문고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프레디는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 홀로 지낸다. 송 코치는 “휘문고 학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생활비를 도와준다. 아들 농구화를 사줄 때 프레디 것도 같이 계산한다. 프레디는 학교 근처 원룸에서 동료 김명진과 자취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레디는 “친구와 한방에서 생활하지만 어려운 점은 하나도 없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은 문제없다. 한국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잘 가르쳐 준다”며 “한국에 오기 전에 ‘서울’과 ‘강남스타일(싸이 노래)’밖에 몰랐다. 지금은 한국인들이 너무 잘해줘 집처럼 편하다. 여기 와서 이 나라를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키 2m1㎝에 윙스팬이 긴 프레디. 정시종 기자

키 2m1㎝에 윙스팬이 긴 프레디. 정시종 기자

이번 추계연맹전은 협회장기 등 앞서 열린 4개 대회 우승과 준우승팀이 나오지 않는 대회다. 그래도 휘문고는 매번 8강 안에 드는 팀이다. 프레디는 고교 센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의 별명은 ‘마따쿵’. 프레디는 “콩고어로 ‘엉덩이’란 뜻인데, 친구들이 힘이 좋다며 붙여줬다”며 수줍게 웃었다.

키 2m1㎝에 윙스팬(양팔을 벌린 길이)이 긴 프레디는 탄력 넘치는 앨리웁 덩크슛을 보여줬다. 송 코치는 “프로농구 서울 SK의 리온 윌리엄스처럼 궂은일을 하는 스타일이다. 욕심도 적게 부리며, 리바운드와 블록슛이 좋다. 아직 미들슛이 미흡하고 언더슛만 넣으려 하는 게 단점이다. 슛 거리를 늘리고 슈팅 능력을 장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디는 “내가 피곤하더라도 팀을 위해 많이 뛰려 한다. 농구는 혼자가 아니라 팀이 하는 거니까”라고 말했다.

1991년 휘문고 시절 서장훈(오른쪽). [중앙포토]

1991년 휘문고 시절 서장훈(오른쪽). [중앙포토]

한국농구 사상 최고의 센터는 휘문고 출신 서장훈(47)이다. 프레디에게 서장훈 선수 시절 영상을 보여줬다. 프레디는 “꽁바땅(combattant, 싸움꾼) 같다. 움직임 뿐만 아니라 슛도 좋다. 심지어 자기보다 키가 큰 선수를 상대로도 지지 않는다”며 감탄했다. 서장훈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녀 분장’을 한 모습도 보여줬다. 프레디는 깜짝 놀라면서도 “농구를 그만두고 집에 있는 것보다 낫지 않나. 남을 웃기는 것 또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디는 “나도 농구를 열심히 해서 서장훈 선배처럼 휘문고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우선 한국 대학에 진학해 학위를 따고, 그다음 한국프로농구에 도전하고 싶다. 귀화선수 라건아(전주 KCC)처럼 한국 국적을 얻어 한국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언젠가 한국의 자랑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통역원을 통해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프레디를 보며 송 코치는 “이렇게 말을 잘하는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라며 안쓰럽게 바라봤다.

프레디와 스승 송영진 휘문고 코치. 정시종 기자

프레디와 스승 송영진 휘문고 코치. 정시종 기자

프레디의 ‘코리안 드림’은 가능할까. 한 농구인은 “라건아처럼 국가대표로 성장할지 알 순 없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 문화를 잘 받아들이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가 프로농구에서 한국 선수로 뛰려면 귀화를 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프레디는 “고향에 다녀온 건 2019년 3월이 마지막이다. 가족이 보고 싶긴 하다. 꼭 성공해서 부모님을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 여러 민족이 공존하는 콩고민주공화국에는 다양한 음식이 자랑거리다. 부모님께 한국의 밥과 삼겹살을 대접하고 싶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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