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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개혁' 민관군 합동위, 또 2명 사퇴…"할 수 있는 게 없다"

중앙일보

입력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이후 군 사법개혁과 병영문화 혁신을 내세우며 출범한 민ㆍ관ㆍ군 합동위원회가 잇따른 민간 위원 사퇴로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26일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6명의 민간 위원이 사퇴한 데 이어 이날도 하주희 변호사와 김혜정 성폭력상담소장 등 위원 2명이 추가로 사퇴했다.

지난달 21일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 위)이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민·관·군 합동위원회 제2차 정기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서 장관 왼쪽에 합동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앉아 있다. [뉴스1]

지난달 21일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 위)이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민·관·군 합동위원회 제2차 정기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서 장관 왼쪽에 합동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앉아 있다. [뉴스1]

지난 6월 28일 출범한 합동위는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모두 4개 분과(▶장병 인권보호 및 조직문화 개선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개선 ▶장병 생활여건 개선 ▶군 사법제도 개선)로 구성돼 당초 8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사퇴한 민간 위원은 16명에 이른다.

이번 사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사퇴한 민간 위원들이 특별한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다’는 취지로 간단히 사임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들러리 세웠다" 

이같은 줄사퇴 배경을 놓고 군 안팎에선 “처음부터 군이 민간 위원들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위원은 “국방부와 소통이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위원회도 모르게 서욱 국방장관이 지휘관들을 모아 개선안을 만들었다며 발표해버리는데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사퇴자가 계속 나오면서 정부 부처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을 빼면 실제 민간 위원은 몇 명 되지도 않는다”며 “사퇴 안 하고 남은 민간 위원들도 이거 계속해야 하나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인 25일에는 강태경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 6명의 민간 위원이 사퇴했다.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을 둘러싸고 국방부가 민간 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달 15일 민·관·군 합동위원회 박은정 공동위원장이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 피해자인 고 이모 중사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남긴 방명록.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민·관·군 합동위원회 박은정 공동위원장이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 피해자인 고 이모 중사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남긴 방명록. [연합뉴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는 명시적으로 ‘평시 군사법원 폐지 반대’가 국방부의 의견임을 밝히고 있다”며 “위원회에서 진행된 논의 과정과 정면 배치되는 행보로 군 사법체계 개혁에 제동을 거는 국방부의 모습을 보며 위원회의 존재 의미를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합동위 활동에 금이 간 가운데 25일 국방부는 합동위와 정기회의를 가졌다. 이와 관련, 한 민간 위원은 “군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해' 라는 뜻의 신조어) 식의 태도를 고수하는데, 이런 회의를 해서 뭐하나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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