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의 수사 보고서는 정치적으로 설계된 폭죽입니다. 정치권은 저를 과도하게 비난했고,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습니다."
전·현직 보좌관을 포함해 11명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불명예 퇴임하는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63)는 마지막 고별연설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뉴욕주지사를 세 번 연임하고 4선이 유력했으며, 차기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쿠오모 전 지사는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정치적 몰이'를 당했다"는 주장만을 이어갔다.
"성추행 혐의는 검찰총장이 '설계'한 정치적 폭죽"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AP통신·CNN 방송 등은 쿠오모 전 지사가 사전 녹화된 퇴임 연설을 공개하며 현직에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주지사로서 마지막 공개연설에서 그는 시종일관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의 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치권과 언론을 비난했다.
앞서 제임스 검찰총장은 쿠오모 전 지사의 성추행 혐의를 조사한 뒤 165쪽짜리 검찰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쿠오모는 전직 비서에게 셀카를 찍자고 요청한 뒤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비서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수차례 달라붙어 포옹하고 블라우스 아래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잡기도 했다. 전직 보좌관에게는 "스트립 포커(옷 벗기기 카드 게임)를 치자"며 초대하기도 했다.
쿠오모 전 지사는 해당 보고서를 "폭발적인 주제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정치적 폭죽'을 설계한 것"이라고 폄훼했다. 또 "보고서 내용에 정치권과 언론이 압도당해 무분별하게 자신을 몰아세웠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압력과 언론의 광란"이라고 표현했다.
"정치권·언론의 광란…이 사회에 도움 안돼"
쿠오모 전 지사는 "주정부는 나에 대한 혐의를 정치 이슈화했다. 언론사는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나를 비난했다"면서 "이같은 행동은 사법체계를 약화시키고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이 사회에도 도움이 안된다"고도 훈수를 뒀다. 이어 "폭죽(제임스 검찰총장의 보고서)에 밀리면서 돌진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모두가 주위를 돌아보며 '우리가 왜 뛰고 있는 거지?'라고 말할 때가 온다"며 "진실은 항상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했다.
쿠오모 전 지사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자진 퇴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 상황을 계속 끌다보면 행정 마비를 초래하게 된다"며 "지금은 그런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NYT는 쿠오모와 가까운 지인들의 말을 인용해 "쿠오모가 퇴임한 건 주정부 행정 마비를 우려한 게 아니라, 탄핵을 통한 해임이 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퇴임 연설의 내용이 자기 과시적이고 솔직하지 못하다"고도 비판했다.
정계 복귀 가능성 낮아…후임은 캐시 호컬 부지사
이날 연설에서 쿠오모 전 지사는 구체적인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계 복귀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오모 전 지사의 최고 보좌관을 지낸 멀리사 드로사는 뉴욕타임스에 보낸 성명을 통해 "쿠오모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며, 공직에 다시 출마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쿠오모의 후임으로 캐시 호컬(62) 전 뉴욕 부지사가 24일 자정을 기점으로 뉴욕 최초 여성 주지사로 취임했다. 호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의 새 공식 주지사 계정을 통해 "뉴욕의 57대 주지사로 공식 취임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