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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돌본 딸에 유산 50%…그간 일 못해 손실 컸으니”

중앙일보

입력 2021.08.25 00:36

업데이트 2021.08.25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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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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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종사자 이모(57)씨는 지난해 중순 어머니(80)를 여의었다. 어머니는 심한 당뇨와 파킨슨병으로 10년 이상 힘들게 보냈다. 마지막 1년에는 거동을 못 하고 용변 처리가 힘들어 요양병원 신세를 졌다. 어머니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유산을 남겼다.

50 : 25 : 25.

이씨가 결정한 유산 분배 비율이다. 여동생에게 50%를 줬다. 여동생(47)에게 더 갔고 이씨와 남동생(52)은 덜 가져갔다. 어머니를 가까이서 돌본 데 대한 보상이었다. 이 결정까지 갈등은 없었다. 여동생은 대구에, 이씨 형제는 서울에 산다. 가까이 사는 여동생이 자연스레 돌봄을 도맡았다. 이씨는 어머니에게 용돈을 보내고, 한 해 몇 번 찾아가는 게 다였다.

노부모 수발 놓고 자녀 갈등 44%
갈등 원인의 52%가 돌봄 비용
“주수발자가 더 받아야” 요구도
“케어플랜 전문 컨설팅 도입을”

여동생은 주 3회가량 어머니한테 들렀다. 반찬을 날랐고, 청소 등의 집안일을 했다. 홀어머니의 말동무 역할도 했다. 요양보호사가 주 2~3회 와서 집안일을 했다. 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여동생을 찾았다. 봄이 되면 “쑥떡 해와라”고 주문했다. 떡이 늦게 올 때면 큰아들(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00이 떡을 안 해 온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씨는 “어머니 병세가 깊어지고 해를 거듭할수록 쑥떡 같은 부류의 불만이 여동생에게 향했다”고 말한다.

일상적인 진료는 요양보호사가 동행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할 때는 여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온종일 병원을 오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저혈당 쇼크로 쓰러졌다. 여동생 집 근처의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되기 전까지 여동생이 병원을 드나들었다. 이씨는 “네가 고생한다. 나중에 생각해줄게”라고 여동생에게 넌지시 말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부모 돌봄 태도

부모 돌봄 태도

노부모를 집에서 수발하건 요양원·요양병원에 모시건 간에 주돌봄자가 있기 마련이다. “부모 돌보는 게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가원 연구위원 팀이 지난해 12월 펴낸 ‘가족 내 노인돌봄현황과 지역사회 통합돌봄 지원방안’ 보고서에 실상이 잘 나와 있다. 연구팀은 노인을 돌보는 가족 612명을 온라인 설문조사했다. 주돌봄자의 43.6%가 노부모와 갈등이 다소 있고, 3.4%는 많다고 했다. 더 잘 돌봐야 한다는 부담감에다 부모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 본인의 일상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있다는 걸 서글퍼했다.

이씨네처럼 여동생이 ‘군말 없이’ 나서고, 나중에 ‘유산 플러스’로 보상하는 집이 얼마나 될까. 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 가족 간에 갈등이 다소 있다는 응답자가 39.4%, 많이 있다는 사람이 4.7%였다. 연구팀은 2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시부모를 돌보는 며느리(55)는 “형제끼리 분담 얘기를 많이 했다. 일치하지 않는 점이 많았다. 우리가 맏이라서 많이 하는 편이다. 서로 도와서 하면 좋은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41세의 딸은 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3년 넘게 돌본다. 일을 병행하다 도저히 안 돼 3년 전 그만뒀다. 미혼이라서 아버지와 같이 사니까 자연스레 ‘독박 돌봄’으로 이어졌다. 그녀의 항변이다.

“본인들은 (아버지에게) 용돈 준 거로 (도리를) 다했다고 여겨요. 나에 대한 생각이 없어요. 생각해줄 줄 알았거든요. 3년간 딜레이된(사라진) 수입에 대해 아무도 수면으로 올리지 않더라고요. 주보호자가 유산을 조금 더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요.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손실분만이라도.”

어머니와 같이 사는 63세 딸은 “여동생이 진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야 어찌 그럴 수 있어? 차로 15분이면 오는데’라고 따진다. 오빠들은 생각도 안 해. 일단 (나한테) 맡겨 놨으니까”라고 한탄한다. 다른 딸은 “엄마가 ‘네가 좋아서 하는 건데 왜 그러냐’고 한다. 화가 나서 오빠 집에 가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한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이 2018년 70세 이상 부모를 둔 40대 이상 350명을 설문조사했다. 67.7%가 부모 돌봄 1차 책임자로 ‘모든 자녀 골고루’라고 답했다. 형제 갈등의 주된 이유는 돌봄 비용(52.3%)이었다. 지난해 부산가정법원은 부양료 반환청구 소송에서 형제간에 사망한 부모(82)의 병원비를 분담하게 판결했다.

법무법인 해승 윤경호 변호사는 “민법 제1008조의2(기여분)에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한 자’에게 공동상속인이 협의해 기여분을 더 줄 수 있게 돼 있다”며 “돌봐주는 자녀에게 미리 많이 증여하거나 유언을 할 경우 유류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끼리 협의해서 기여분을 얼마로 할지 정하기 쉽지 않다. 그러면 소송으로 이어져 법원이 기여(부양)의 시기·방법 및 정도 등을 고려해 기여금을 정한다.

정가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가 건강할 때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할지 미리 자녀와 ‘돌봄 플랜’을 짜두는 게 좋다”며 “가족끼리 결정하기 쉽지 않을 수 있어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전문가가 컨설팅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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