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80%로 5년 간 7만가구…‘오세훈표 장기전세’ 첫삽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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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서울 장기전세주택(시프트·Shift) 사업이 다시 기지개를 켠다.

서울시는 “오는 2026년까지 무주택자를 위해 총 7만호의 장기전세주택을 공급키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오는 27일 오전 11시 1900세대 예비 입주자 공고를 내고 내달 15~27일 SH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는 게 시작이다.

장기전세주택은 오세훈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인 2007년 처음 도입된 공공임대주택 사업이다. 시세의 80% 수준인 전세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무주택자를 위한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 성격이 강하다. 이날 서울시가 발표한 공급 규모(2026년까지 7만호)는 2007~2020년 공급 물량(약 3만3000호)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서울 전세가격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최근 5년간 서울 전세가격지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시가 내달부터 신청받는 1900세대는 내년 3월 입주를 시작하는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13단지, 동작 트인시아 등 137개 단지(583세대)다. 아직 기존 입주자가 나가지는 않았지만 공실에 대비해 예비입주자 1317세대도 미리 신청을 받는다. 고덕강일, 마곡 등 29개 단지가 대상이다. 기존 입주자가 나간 후에야 새 입주자 모집을 했던 관행은 없어진다.

임대업무조정 심의위원회에 따라 결정된 평균 전세보증금 수준은 전용면적 ▶60㎡ 이하 4억377만3000원 ▶60㎡ 초과 85㎡ 이하 4억2410만7000원 ▶85㎡ 초과 6억687만5000원이다. 입주자격은 입주자 모집 공고일 현재 서울시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 구성원으로, 신청면적별로 가구당 일정 소득, 부동산, 자동차 기준을 갖춰야 한다.

전용 85㎡ 이하 주택은 청약종합저축 납입 횟수, 소득조건, 거주지에 따라 청약 순위가 결정된다. 85㎡ 초과 주택은 청약종합저축 예치금액 및 가입 기간이 기준이다. 약 250세대는 노부모 부양, 장애인, 고령자, 신혼부부 등에 우선 공급된다. 서류심사 대상자는 오는 10월 14일, 당첨자는 내년 2월 15일에 발표된다. 입주는 내년 3월부터다.

서울시는 그간 급등한 전세가를 고려해 공급가격 산정방식도 개선하기로 했다. 기준이 되는 시세가 오르면서 장기전세주택 취지와 달리 전세보증금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는 문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그간 내부위원으로만 운영했던 임대업무조정 심의위원회에 외부 전문위원을 대거 위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2년마다 개별 장기전세주택 공급가격을 심사, 반영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의 5% 이내에서 초과한 보증금은 입주자에게 돌려주고, 부족분은 추가로 받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앙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장기전세주택 사업에 국고를 지원하는 안(案)을 검토 중이다. 장기전세주택 사업의 경우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를 통한 신규 주택공급과 같이 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다는 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그간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은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국민주택, 행복주택 등과 달리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했지만 국토부가 결단을 내릴 경우 오 시장의 ‘시프트 시즌2’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대책 역시 매매시장이 안정되지 못하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물량을 늘려 공급한 건 전세시장 안정에 긍정적 영향”이라면서도 “임대주택은 결국 ‘내집 마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내집 마련이 어려워져 장기적으로 임대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커지면, 결국 임대 물량도 부족해져 전세 안정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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