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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운 아프간인 400명, 군용기로 데려온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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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탈출에 나선 아프가니스탄인들이 23일 카불 공항에서 미군의 안내를 받으며 미 공군의 C-17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탈출에 나선 아프가니스탄인들이 23일 카불 공항에서 미군의 안내를 받으며 미 공군의 C-17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으로부터 위협을 받아온 현지인 조력자들이 한국으로 이송된다.

외교부는 24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및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우리 군 수송기 3대를 아프가니스탄과 인근국에 보내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들은 수년간 대사관, 한국병원, 직업 훈련원 등에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은 한국군과 구호 대원 등을 위해 일했던 약 400명의 현지인을 서울로 데려오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의료 종사자, 전문 기술자, 통역”이라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전날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한 현지인 직원 및 가족 문제와 관련, 국내 이송을 포함해 검토 중이며 우방국들과 추진 방안을 다각도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카불 공항의 혼잡스러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국가들의 현지 재건 사업에 참여·협력한 아프간 국적자들의 신변을 위협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각국은 현지인 조력자들을 각기 자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관련 기관에서 일했던 아프간 국적자들도 탈레반의 추적을 받고 일부 총격 피해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지방재건팀(PRT)은 2010~2014년 현지에서 병원과 직업훈련원 등을 운영했다. 미군 기지인 바그람 기지 내의 한국 병원은 2008~2015년 약 23만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군부대는 2007년 12월 철수했지만, 정부의 아프간 재건 지원 사업은 최근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이뤄졌고 현지인도 고용했다.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지원한 자금은 10억 400만 달러(약 1조 1790억원)로 추산된다.

정부가 이들의 한국 이송을 결정한 것은 다른 국가들의 사례가 있는 데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원 필요성이 크다는 명분 때문으로 보인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미국이 아프간 난민을 수송하면서 주한미군 기지 등을 체류지로 활용하는 데는 반대하면서도 “대한민국 정부가 맡아서 했던 아프간의 병원과 학교 건설에 협력한 아프간인이 400명이 된다는데, 그분들을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각국이 아프간 재건 과정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자국에 데려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도 선진국이 된 만큼 그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아프간 평화 정착과 난민 보호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여야 의원 75명이 동참했다.

한국 이송 뒤 관리와 관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여년 동안 아프간 지원 사업에 상당한 금액을 원조했고, 종합병원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이 중에는 한국 이주를 희망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의 미군 기지를 활용해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임시 수용하는 계획을 고려하다 수송·지리적 문제로 폐기했다고 24일 로이터 통신이 서울발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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