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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통해 특허출원, 책 출판…사회와 연결되는 대학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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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 인터뷰

김우승 한양대 총장이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본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총장은 “한양대가 학생 가치중심 대학이 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김우승 한양대 총장이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본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총장은 “한양대가 학생 가치중심 대학이 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김성룡 기자

학생 수 감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은 위기의 시절을 걷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오히려 대학 교육의 내용·방법·환경을 완전히 바꿀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올해로 취임 3년째인 김우승(64) 한양대학교 총장이다.

대학가에서 한양대는 실험적인 교육 방식을 먼저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에는 단기 온라인 교육과정인 ‘마이스터 디그리’를 출범했고,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다른 대학 학생들과 동시에 수강할 수 있는 ‘하이라이브’ 공유 수업도 시작했다. 김 총장을 만나 대학이 가야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단기 온라인 과정 ‘마이스터 디그리’ 출범

올해 ‘한양 마이스터 디그리’를 처음 선보였다.
“직무교육과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를 결합한 단기 과정이다. 사회와 기업이 요구하는 4차 산업 첨단 기술분야의 저명 교수들이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10주간 온라인 학습과 한달 인증 평가 기간을 거쳐 인증서를 준다. 올해 반도체 과정을 열었는데, 대기업 출신이거나 저명한 연구자를 섭외해 실무에서 필요한 내용으로 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반도체 기업 직원 뿐 아니라 학생과 취업준비생의 참여도 많았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전기차 배터리 분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위도 나오지 않는 단기 과정이 왜 필요한가.
“단순히 학위 때문에 대학에 오기엔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수년간 시간을 들여 학위를 따면 사회는 또 바뀌어 있다. 사회의 변화 요구에 대학이 발빠르게 대응하려면 현장 적응성이 있는 단기 과정이 필요하다. 또 학사·석사 같은 학위증명서 뿐 아니라 ‘오픈 뱃지(Open badge)’를 통해 자신의 학습 성취를 증명하는 방식도 세계적인 추세다. 단기 수업·과정 등 학습 이력을 기록해 보유하고 증명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인증으로, 하버드 등 해외 대학과 마이크로스프트·IBM 등 글로벌 기업에서는 이미 활용하고 있다.”
마이스터 디그리가 기업에는 어떤 도움이 되나.
“대학에서 이런 교육을 하게 되면, 기업은 재직자의 역량 향상이나 신입 사원의 교육에 소모되는 재원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우리 대학 졸업생이 협약을 맺은 기업에 취업하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선 진정한 산학연계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또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은 대학으로서는 지속가능한 교육 사업 모델로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다른 대학 학생과 함께하는 온라인 공유 수업도 시작했다.
“‘하이 라이브(HY-LIVE)’는 개별 대학 및 기관의 한계를 벗어나 대학, 지역, 사회 간 자원을 공유하는 혁신 플랫폼이다. 현재 13개 대학 16개 캠퍼스로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이 홀로그램을 통해 실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인 ‘텔레 프레젠스(tele-presence·원격 실재)’를 이용했다. 이번 1학기에는 7개 대학 117명이 한양대의 인공지능(AI) 강좌를 동시 수강했다. 신기술 분야에서는 교수를 모시기가 어려운 대학도 많은데, 이 기술을 사용하면 여러 대학이 우리와 똑같은 형태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 2학기에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수업을 추가로 공유할 계획이다.”

혁신적인 ‘공유 교육’ 새 시대의 플랫폼

한양대가 수업에 도입한 텔레 프레젠스 기술로, 지금 눈 앞에서 교수가 수업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게 한다. [사진 한양대]

한양대가 수업에 도입한 텔레 프레젠스 기술로, 지금 눈 앞에서 교수가 수업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게 한다. [사진 한양대]

어찌 보면 경쟁 상대인 타 대학과 수업을 공유하는 셈인데.
“도입 초기에는 공유에 대해 구성원들의 반발이 없지 않았다. 우리가 어렵게 성취한 것을 타 대학과 나누는 것이라 여겨져서다. 하지만 점점 정보를 공개하면 할 수록 좋은 시대가 되고 있다. 공유를 통한 확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대학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고등교육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교육 체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 간 공동 활용이 가능한 혁신적인 공유 교육 플랫폼이 중요하다.”
한양대의 모든 전공과목에 ‘IC-PBL’ 수업방식을 도입했다.
“IC-PBL(Industry-Coupled Problem-Based Learning)은 학교와 산업체가 연계해 수업을 통해 학생이 실제 기업의 문제를 해결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 기업인 메가스터디에서 ‘학생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기숙학원을 디자인하라’는 과제를 주면, 응용미술학과 학생들이 답을 찾아보는 식이다. 수업에서 우수한 결과물을 내놓은 학생들은 CJ제일제당·LG전자 등 대기업에서 인턴 기회를 얻기도 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관리 시스템을 제안한 해양융합공학과 학생들은 특허 출원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은 한 학기동안 책을 써서 출간하기도 했다.”
남은 임기 동안의 목표는.
“대학은 학생이 가치의 중심에 있어야 하고 그런 문화가 뿌리내려 면면히 이어져야 한다. 취임 때부터 ‘학생 가치 중심 대학’을 강조해 왔는데, 한양대의 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 힘을 기울이고 싶다. 연구 분야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사회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려고 한다. 이공계 뿐 아니라 인문사회계열도 마찬가지다. 또 기존의 대학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 대학 교육과 생애주기별 직무 교육을 연계하는 진정한 의미의 평생 학습을 실현하고 싶다.” 

김우승 총장

한양대학교에서 기계공학 학사·석사 학위를,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대학원에서 기계공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한양대에서 학생을 가르쳤고 산학기획처장·에리카캠퍼스 부총장 등을 거쳤다. 대한기계학회 편집인, 한국산학협력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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