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텃밭’ 요코하마도 외면…총리 최측근, 시장선거 대패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15:17

업데이트 2021.08.23 15:40

22일 열린 일본 요코하마(橫浜) 시장 선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후보가 낙선하면서 자민당이 충격에 빠졌다.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7월 도쿄(東京)도 의회 선거에 이어 스가 총리하에서 치른 선거가 또 패배로 끝나면서 가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스가 끌어내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치러진 일본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추천을 받은 야마나카 다케하루(48) 후보가 당선이 확실하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2일 치러진 일본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추천을 받은 야마나카 다케하루(48) 후보가 당선이 확실하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23일 요코하마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시장 선거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등 야당 연합이 추천한 무소속 야마나카 다케하루(山中竹春) 후보가 33.6%를 득표해 최종 당선됐다. 스가 총리가 전면 지원한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郞) 전 국가공안위원장은 21.6%를 얻는 데 그쳐 낙선했다.

요코하마는 스가 총리가 시의원으로 시작해 이 지역에서만 중의원 8선을 지낸 ‘정치적 텃밭’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올가을 중의원 선거을 앞두고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스가 총리에 대한 '투표 민심'을 가늠할 기회로 주목받았다.

낙선한 오코노기 후보는 작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스가 진영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스가 내각에서 국가공안위원장을 지냈다. 그가 각료를 그만두고 요코하마 시장 선거에 출마하자 스가 총리는 총리로서는 이례적으로 오코노기 후보를 공개 지지하면서 선거에 깊이 개입했다.

이로 인해 이번 선거는 새 시장 선출보다 스가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교도통신은 “오코노기 후보가 스가 총리의 전면 지원을 받은 것은 오히려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그에게 향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총리의 개입은 역효과였다”라고 풀이했다. 스가 총리는 23일 선거 결과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 시민이 판단했으니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집권 후 선거 전패, '자진 사임' 요청까지  

스가 총리는 정치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집권 후 치러진 대부분의 선거에서 자민당은 '전패'했다. 4월의 중ㆍ참의원 보궐선거에서 자민당은 3개 지역 모두 졌고, 7월의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는 역대 두 번째로 적은 의석을 얻어 ‘사실상 패배’라는 평가를 받았다. 7년 8개월간 선거만 했다 하면 이겼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극명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 지역 확대 및 기간 연장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 지역 확대 및 기간 연장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민당 내에선 '선거의 얼굴'인 총재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3일 전했다. 당 간부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입을 닫으며 물밑에서 대책 회의에 나섰다. 아베 전 총리의 인기에 올라타 국회의원이 돼 지역구 기반이 취약한 젊은 의원들 사이에서는 "(스가) 총리가 스스로 물러나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결과로 스가 총리가 다음 달 29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 전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을 먼저 치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스가 총리가 해산을 포기할 경우 자민당은 일정에 맞춰 새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 이후 새 총재가 현 중의원 임기 만료(10월 21일) 이전 의회를 해산하거나, 임기 만료 일정에 맞춰 총선을 치르게 된다.

자민당내 경쟁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이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정무조사회장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총재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23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선거에서 스가에게 밀려 2위를 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무상도 빠르면 26일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유력 주자인 기시다 전 외무상이 출마를 공식화할 경우, 사실상 스가와의 2파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차기 총재 지지를 둘러싼 당내 파벌 간의 이합집산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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