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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마친 사람 얼마 된다고…" 생색 인센티브가 더 불질렀다

중앙일보

입력

“젊은 사람 중에 백신 2차까지 다 맞은 사람 몇 명이나 되겠어요. 와 닿지도 않는 대책을 (정부가) 선심 쓰듯 내놓으니 기가 차죠.”

22일 오후 1시 강남역 인근 고깃집 사장 장모(57)씨는 빈 테이블과 텔레비전을 번갈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장씨는 정부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에 대해 “20~40대 손님이 많은 상권에선 전혀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며 “현장을 가보고 대책을 세우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정부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2주 더 연장하고,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단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고강도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대신 2차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이 2명 이상인 경우는 4명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하는 인센티브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22일 서울 양천구 한 중식당에 '백신 인센티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양천구 한 중식당에 '백신 인센티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하루 매출 8만원”…타 업종 형평성 지적도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단축되면 손님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송모(37)씨는 “작년에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9시 영업제한이 생겼을 때 일 매출이 하루 만에 380만 원에서 8만 원까지 떨어졌다”며 “영업종료가 1시간만 앞당겨져도 퇴근한 직장인들은 심리적 부담 때문에 발길을 끊어버린다”고 했다.

이번 거리두기에서 영업시간이 오후 10시로 유지된 노래연습장과 실내체육시설, PC방, 학원 등 타 업종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남구 역삼동 와인바 사장 이모(49)씨는 “노래방이나 헬스장은 그대로 영업하게 해주면서 식당과 카페만 1시간 일찍 닫게 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며 “영업시간에 차이가 생기면 도리어 한쪽에 사람이 몰리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모습. 연합뉴스

백신 접종 인센티브에 “실효성 없다”

정부가 유화책으로 내놓은 백신 접종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에서 예외 적용을 받는 접종 완료자 비율이 낮아서다. 22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차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1156만여 명으로 인구 대비 22.5% 수준이다. 외부 활동이 많은 20~40대의 경우 접종 완료 비율은 16.5%(질병관리청 자료, 18일 0시 기준)로 54.1%를 기록한 60대 이상에 못 미쳤다.

마포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조모(51)씨는 “접종을 마친 사람 대부분이 어르신들인데 그분들이 늦은 밤까지 밖에서 식사하시겠느냐”며 “(자영업자에게) 이렇게라도 위안으로 삼으라는 무의미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송씨도 “정부가 주요 소비층이 아닌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생색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영업자에 책임 전가”…단체 행동 예고

지난달 15일 새벽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새벽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비상등을 켠 채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감이 쌓인 ‘자영업자 달래기’에 나섰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를 2주간 연장했다”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여러분에게 경제의 어려움과 불편을 드린 데 대해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불만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의 단체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자영업자 200여 명(참가자 측 추산)이 검은 옷을 입고 국회 근처를 걷는 ‘걷기 운동’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정부의 고강도 방역수칙이 자영업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비대위)도 대규모 차량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비대위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백신 수급 및 접종률 향상에 정부가 실패했음에도 확진자 폭증의 책임을 자영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영업제한 조치를 강행할 시 대정부 투쟁 차원에서 전국 단위 정부규탄 차량시위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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