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바루기] ‘포지티브 규제’는 ‘최소 허용 규제’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규제와 관련해 자주 듣는 말이 ‘포지티브 규제’와 ‘네거티브 규제’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일까? 영어로 포지티브(positive)는 긍정적, 네거티브(negative)는 부정적이란 뜻이다. 따라서 언뜻 봐서는 ‘포지티브 규제’가 더 나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 등에서 최소한으로 허용하는 것 외엔 모두 금지하는 것을 가리킨다. ‘네거티브 규제’는 이와 반대로 안 되는 것만 최소로 정하고 그 외엔 모두 허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기업으로선 ‘네거티브 규제’가 훨씬 좋은 것이다.

이처럼 두 용어는 의미가 선뜻 다가오지 않거나 헷갈릴 염려가 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최근 ‘포지티브 규제’를 대체할 우리말로 ‘최소 허용 규제’를 선정했다. ‘네거티브 규제’에 대해선 ‘최소 규제’로 대체어를 정한 바 있다.

규제와 관련해선 ‘규제 샌드박스’란 용어도 많이 쓰인다. 여기에서 ‘샌드박스(sandbox)’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래 놀이터 같은 것을 뜻한다고 한다. 즉 ‘규제 샌드박스’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신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가 나오면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립국어원은 이에 대한 대체어로 ‘규제 유예(제도)’를 선정했다.

공공용어는 쉬울수록 정책 효과가 올라가게 마련이다. 세계화 시대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의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 ‘최소 허용 규제(포지티브 규제)’ ‘최소 규제(네거티브 규제)’ 하는 식으로 처음 나올 때는 우리말과 외래어를 병기하고 그 뒤에선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