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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여고’는 있어도 ‘남고’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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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고등학교 가운데는 남자 또는 여자만 다니는 학교가 있다. 물론 남녀공학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자만 다니는 학교에 ‘○○남자고등학교’처럼 ‘남자’나 ‘남’이란 이름을 붙인 곳은 거의 없다. 간혹 ‘남’이 붙은 곳이 있긴 하나 이는 남자를 뜻하는 ‘남(男)’이 아니라 남쪽을 뜻하는 ‘남(南)’이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여자고등학교’는 많다. 여학생만 다니는 학교는 대부분 이렇게 ‘여자’라는 이름을 붙여 여성만 다니고 있음을 분명하게 알리고 있다. 줄여 ‘○○여고’라 부르기도 한다.

학교 이름만 이런 것이 아니다. 여의사·여배우·여교사·여직원·여대생 등 직업을 나타내는 말 앞에도 ‘여’자를 넣어 여성임을 밝히는 경우가 흔하다. 여성과학자·여성산악인·여성대변인·여성운전자 등 ‘여성’이 들어간 말도 적지 않다.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남자와 여자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여자에게만 굳이 ‘여’나 ‘여자’ ‘여성’ 등을 붙이는 것은 성차별적 표현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남의사’ ‘남배우’ ‘남과학자’ 등의 말을 거의 쓰지 않는 것을 보면 이것이 차별적 용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과거부터 쓰이고 있는 ‘여류소설가’ ‘여류화가’ ‘여류작가’ 등 ‘여류(女流)’란 단어도 마찬가지다. 국립국어원뿐 아니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단체들도 이들 단어가 차별적 용어라 밝히고 있다.

요즘은 여학생만 다니는 학교에도 ‘여자’라는 말을 빼고 그냥 ‘○○고등학교’라 이름 붙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굳이 성별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여’나 ‘여자’ ‘여성’ 등을 붙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녀 모두 ‘의사’ ‘배우’ ‘직원’ 등으로 동일하게 부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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