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예능까지, 깨진 커플들의 연애 리얼리티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00:03

업데이트 2021.08.2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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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헤어진 네 커플이 한 집에 살면서 다른 이성과의 새로운 만남을 갖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 [사진 CJ ENM]

헤어진 네 커플이 한 집에 살면서 다른 이성과의 새로운 만남을 갖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 [사진 CJ ENM]

네 쌍 8명의 데이트 그린 ‘환승연애’
깨질 이들 교환 만남 ‘체인지 데이즈’
첫 만남 위주 기존 프로그램 벗어나
자극적 소재로 화제…반응 극과 극

헤어진 연인이, 혹은 헤어지려는 연인이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내 눈앞에서 고스란히 펼쳐진다면?

기존 연애 리얼리티의 문법을 전복하는 프로그램이 새로 등장해 나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환승연애(티빙)’과 ‘체인지 데이즈(카카오TV)’다.

지금까지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통상 ‘첫 만남’과 ‘새로운 사랑’이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했다. 2011년 시작해 대중적 신드롬을 일으킨 ‘짝’(SBS)이 대표적. 남자·여자 1~5호가 일주일간 펜션에서 함께 보내며 새 인연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마지막 날, 원하는 상대에게 다가가 선택을 기다리는 과정은 1990년대 ‘사랑의 스튜디오’(MBC)와 유사하지만, 그간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방식이 큰 호응을 얻었다.

2017년 시즌 1을 방송한 ‘하트시그널’(채널A)은 여기에 ‘양념’을 얹었다. ‘짝’의 기본 포맷에 연예인 등으로 구성된 예측단이 출연자들의 감정을 추리하는 방식을 추가했고 연예인 지망자들이 출연진 일부로 참여했다. 실제 방송 후 배우로 데뷔한 이들도 있다.

권태기에 빠진 세 커플이 서로 연인을 교환해 데이트를 즐기는 ‘체인지 데이즈’. [사진 카카오TV]

권태기에 빠진 세 커플이 서로 연인을 교환해 데이트를 즐기는 ‘체인지 데이즈’. [사진 카카오TV]

반면 ‘환승연애’와 ‘체인지 데이즈’는 이 대전제를 부수며 시작했다. ‘환승연애’는 옛 연인들이 재회한다. 헤어진 네 커플, 8명의 남녀가 한집에서 살면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데 목적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옛 연인을 완전히 잊고 새 출발에 들뜬 출연자, 여전히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거나 옛 연인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출연자가 한 공간에서 갈등의 감정선을 드러낸다. 다만 출연자들은 과거의 연인을 ‘엑스’(X)로 호칭할 뿐 서로 처음 만난 사이처럼 행동하면서, 각자의 과거를 모르는 이성과 데이트를 한다.

‘체인지 데이즈’는 보다 노골적이다. 감정이 식어 이별을 고민 중인 세 커플이 만나 교환 만남을 갖는다. 아직 헤어진 것은 아니고 누가 연인 관계인지도 공개된다. 이들은 함께 모여 자신의 연인 및 연애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뒤, 새로운 이성과 공개 만남을 갖는데, 원래의 연인과 한방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각자 데이트 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게 된다.

‘환승연애’의 CJ ENM 이진주 PD는 “만약 연애에도 리뷰나 후기가 있고, 그걸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기획했다”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에 관심이 있는 분 중 프로그램 콘셉트를 알고 난 뒤 출연을 결심한 사람은 백 명 중 두세 명이었다. 그 두세 명의 전 연인까지 수락해야 해서 5개월 넘는 섭외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여러 명의 남녀가 함께 지내며 연애 상대를 탐색하는 구성으로 인기를 얻은 ‘짝’. [사진 SBS]

여러 명의 남녀가 함께 지내며 연애 상대를 탐색하는 구성으로 인기를 얻은 ‘짝’. [사진 SBS]

이 PD는 "시청자들이 각자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최대한 다양한 유형의 커플을 모았다. 또 출연자들의 이상형을 파악해 출연진 사이에서 이상형이 존재하도록 멤버를 추렸다.” 며 “매일 출연자들을 인터뷰하고,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그 감정변화에 계속 놀랐다”고 전했다. 이들이 감정을 드러내도록 촬영 기간 3주 동안 카메라와 제작진은 출연자가 볼 수 없는 곳에 숨어 있도록 했단다. “출연자들은 적어도 집 내부에서는, 어느 순간 이것이 촬영되고 있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자극적인 콘셉트인 만큼 시선은 극과 극이다. 해당 프로그램 관련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선하다” “내 이야기 같다” 부터 “공인된 불륜 같다” “부부 교환을 보는 기분” 등 반응이 혼재돼 있다. 화제성만큼은 확실히 잡았다는 평. 5월 18일 시작한 ‘체인지 데이즈’는 각종 영상 조회 수가 3000만 뷰를 넘겼다. 6월 25일 출발한 ‘환승연애’는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에 공개된 클립 영상만도 2000만 뷰를 넘어섰다. 티빙과 카카오TV 모두 유료결제 플랫폼이라, 방송가에선 ‘만족할만한 선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극적 콘셉트와 시의성 등이 고루 작용한 결과로 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도촬’ 수준에 가까운 해외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한국의 방송 상황에서 허용하는 최고치까지 끌고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택을 받냐, 못 받냐, 도시락을 혼자 먹냐, 같이 먹냐 등 출연진 사이에 등급을 나누던 ‘짝’보다는 공정하게 풀어간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고, 다만 자극적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사연과 새로운 인연 찾기의 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내 달달한 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한 대리만족감도 심어준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이별 후’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이별을 했거나 고민 중인 사람들을 보여준다는 기획이 시의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미디어에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더 센 자극을 찾는 대중의 욕구를 맞추다 보니 평범한 ‘선남선녀’ 커플 만들기에서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고 이것이 호응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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