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실적 HMM '파업 암초'···"임금 2배" 직원들 단체사표 압박

중앙일보

입력 2021.08.22 14:57

업데이트 2021.08.22 18:11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중인 HMM(옛 현대상선)이 회사 창립 이래 첫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임금협상을 벌여온 회사와 노조 간 합의를 보지 못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실패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해상운임이 역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는 상황에서 노사간 갈등이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업 찬반 투표 시작한 HMM 노조 

HMM 해원노조(선원노조)는 22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회사 측과 함께 중앙노동위 조정에 참여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는 23일 오후 나온다. 육상노조도 투표를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육상노조 조합원 95%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사 협상에서 사측은 8% 임금 인상, 격려금 300%, 생산성장려금 200% 지급 외에 추가로 5만~10만원 교통비 인상과 5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 지급 등을 내용으로 수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급여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HMM의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누리호’. 연합뉴스

HMM의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누리호’. 연합뉴스

“성과 나누자” vs “공적자금이 3조인데”  

노사간 입장은 ‘역대 최고 실적’이라는 과실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 갈린다. 노조는 “직원들이 회사의 실적 개선을 위해 묵묵히 버텨낸만큼 합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말까지 해상직원들은 6년간, 육상직원들은 8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HMM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직원들 평균 급여는 3435만원, 연봉으로 따지면 6870만원이다.

동종 업계의 해운사와 비교해 2000만원 정도 적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 실적이 좋아지면서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HMM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1% 증가한 1조3889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도 1조19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었다.

사측은 난감해하고 있다. 임금인상 상한선을 결정할 실질적 권한이 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24.9%)에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산업은행을 통해 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상황에서 큰 폭의 임금 인상은 어렵다고 전했다. 회사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률 8%는 그동안 직원들의 노고와 채권단 관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며, 여기에 교통비ㆍ복지포인트를 포함시킬 경우 실질적인 임금인상률은 약 10.6%로 두 자릿수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HMM의 임금협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5주 연속 상승했다. [자료 상하이증권거래소]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5주 연속 상승했다. [자료 상하이증권거래소]

이런 가운데 HMM이 주력으로 하는 컨테이너 운송비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기준 4340.18로 전주 대비 58.65포인트 올랐다. 15주 연속 상승세이고,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CFI 상승으로 HMM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상황”이라며 “중국 닝보항의 부분 폐쇄 등으로 인한 물류 병목현상으로 SCFI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표 내고 스위스 해운사로 단체 이직”  

하지만 파업이 진행될 경우 이런 해운 호황의 수혜를 놓치고, 수출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물류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컨테이너 선박 부족 및 운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HMM 선원들이 단체로 다른 글로벌 해운사로 이직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원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 결과가 찬성으로 나올 경우 파업 대신 스위스 해운사 MSC로 이직을 위해 단체 사직서를 제출한단 방침이다.

전정근 HMM 해원노조위원장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못하겠으니 산업은행 담당자들이 가서 승선하든지, 급여 3배 주고 외국인들 데리고 와서 승선을 시키든 알아서 하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MSC는 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 선원 모집 공고를 낸 데 이어 일부 HMM 선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입사지원서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HMM 회사 관계자는 “현 급여의 2배 넘는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해운사 MSC의 채용공고. [채용사이트 캡처]

스위스 해운사 MSC의 채용공고. [채용사이트 캡처]

노조는 회사와의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전 위원장은 “지금 HMM에 남은 선원들이 가정을 잃어가면서 한국해운물류를 담당해왔다”며 “사측에서 조금이나마 우리 선원들의 마음을 이해해준다면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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