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클립영상 5000만뷰···확 세진 짝짓기 프로 "부부교환 본 기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티빙 '환승연애'

티빙 '환승연애'

헤어진 연인이, 혹은 헤어지려는 연인이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내 눈앞에서 고스란히 펼쳐진다면?
기존 연애 리얼리티의 문법을 전복하는 프로그램이 새로 등장해 나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환승연애(티빙)’과 ‘체인지 데이즈(카카오TV)’다.

티빙 '환승연애', 카카오TV '체인지 데이즈' #연인과 함께 지내며 새로운 사랑 찾기 #자극적 소재에 화제..반응은 극과 극

지금까지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통상 '첫 만남'과 '새로운 사랑'이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했다.
2011년 시작해 대중적 신드롬을 일으켰던 ‘짝’(SBS)이 대표적이다. 남자·여자 1~5호가 일주일간 펜션에서 함께 보내며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마지막 날, 원하는 상대에게 다가가 선택을 기다리는 과정은 1990년대 '사랑의 스튜디오'(MBC)와 유사한 이벤트였지만 일주일간 바뀌는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방식이 큰 호응을 얻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효시가 된 SBS '짝' [사진 SBS]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효시가 된 SBS '짝' [사진 SBS]

 일반인 남녀가 일주일간 시간을 보내며 인연을 찾는 과정을 담은 SBS '짝' [사진 SBS]

일반인 남녀가 일주일간 시간을 보내며 인연을 찾는 과정을 담은 SBS '짝' [사진 SBS]

2017년 시즌 1을 방송한 '하트시그널'(채널A)는 여기에 '양념'을 첨가했다. 한 공간에서 일정 기간 지내면서 서로를 알아가며 데이트를 하는 과정까지는 '짝'의 포맷을 따랐지만, 연예인 등으로 구성된 예측단이 출연자들의 감정을 추리하는 방식을 추가했다. 또 '짝'이 철저하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반면 '하트시그널'은 연예인 지망자들이 일부 참여했고 실제로 방송 후 배우로 데뷔하기도 했다.

반면 '환승연애'와 '체인지 데이즈'는 이 대전제를 부수며 시작했다.
'환승연애'는 옛 연인들이 재회한다. 헤어진 네 커플, 8명의 남녀가 한집에서 살면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한다. 하지만 8명의 목적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옛 연인을 완전히 잊은 채 새 출발에 들뜬 출연자도 있는가 하면 여전히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거나 옛 연인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출연자도 있다. 이들의 엇갈린 감정선이 한 공간에서 펼쳐지면서 갈등은 고조된다.
다만 출연자들은 과거의 연인을 '엑스'(X)로 호칭할 뿐 누구였는지는 비밀에 부친다. 연인 사이였던 남녀는 서로 처음 만난 사이처럼 행동하면서, 각자의 과거를 모르는 이성과 데이트를 한다.

헤어진 옛 연인과 함께 지내며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 [사진 CJ ENM]

헤어진 옛 연인과 함께 지내며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 [사진 CJ ENM]

'환승연애'는 매일 옛 연인의 선택 여부를 알려주며 긴장을 끌어올린다. [사진 CJ ENM]

'환승연애'는 매일 옛 연인의 선택 여부를 알려주며 긴장을 끌어올린다. [사진 CJ ENM]

'체인지 데이즈'는 보다 노골적이다.
감정이 식어버려 이별을 고민 중인 세 커플이 만나 교환 만남을 갖는다. 아직 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과 누가 연인 관계인지 공개된다는 점이 '환승연애'와는 다르다.
이들은 다 함께 모여 자신의 연인 및 연애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뒤, 새로운 이성과 공개 만남을 갖게 되는데, 원래의 연인과 한방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각자 데이트 후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게 된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치도 있다. '환승연애'는 매일 밤 자신이 호감을 갖는 이성에게 문자를 보낸다. 익명이라 누가 보냈는 지 알 수 없지만, '엑스'가 자신을 선택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있다. '체인지 데이즈'도 자신이 데이트를 하고 싶은 이성을 지명한다.

연인이 다른 상대와 데이트 하는 과정을 확인시켜주는 '체인지 데이즈' [사진 카카오TV]

연인이 다른 상대와 데이트 하는 과정을 확인시켜주는 '체인지 데이즈' [사진 카카오TV]

자극적인 콘셉트인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극과 극이다. 해당 프로그램 관련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선하다"·"내 이야기 같다"는 반응도 있지만, "공인된 불륜 같다"·"부부 교환을 보는 기분" 등의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화제성만큼은 확실히 잡았다는 평이다. 5월 18일 시작한 '체인지 데이즈'는 본편과 예고편 등 각종 영상을 합쳐 3000만뷰를 넘겼다. 6월 25일 출발한 '환승연애'는 티빙 자체 조회수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에 공개된 클립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2000만뷰를 넘어섰다. 티빙과 카카오TV 모두 유료결제 플랫폼인 것을 감안하면 방송가에서는 '만족할만한 선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커플끼리 연인을 바꿔 교환 데이트를 하는 '체인지 데이즈' [사진 카카오TV]

커플끼리 연인을 바꿔 교환 데이트를 하는 '체인지 데이즈' [사진 카카오TV]

이런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극적 콘셉트와 시의성 등이 고루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도촬' 수준에 가까운 해외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한국의 방송 상황에서 허용하는 최고치까지 끌고 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택을 받냐, 못 받냐, 도시락을 혼자 먹냐, 같이 먹냐 등 출연진 사이에 등급을 나누던 '짝'보다는 공정하게 풀어간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고, "다만 자극적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사연과 새로운 인연 찾기의 과정을 섬세하게 풀어내 달달한 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한 대리만족감도 심어준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의 이혼율도 높아지면서 과거보다 '이별 후'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이별을 했거나 고민 중인 사람들을 보여준다는 기획이 시의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미디어를 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계속해서 더 센 자극을 찾을 수밖에 없는 대중의 욕구를 맞추다 보니 평범한 '선남선녀' 커플 만들기에서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고 이것이 호응을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커플끼리 연인을 바꿔 교환 데이트를 하는 '체인지 데이즈' [사진 카카오TV]

커플끼리 연인을 바꿔 교환 데이트를 하는 '체인지 데이즈' [사진 카카오TV]

'환승연애'의 CJ ENM 이진주 PD 인터뷰

-'환승연애'는 어떻게 착안하게 됐나.
=만약 연애에도 리뷰나 후기가 있고, 그걸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환승연애를 기획하게 됐다.

-출연자들을 어떻게 모았는지 궁금하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꽤 많았는데,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설명하고 나면 거의 모두 난색을 표했다. 처음에 관심을 보인 사람이 백 명이었다면, 기획을 이해한 후에는 두 세 명만 남더라. 그런데 그 두 세 명의 전 연인까지 수락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섭외 과정에서 5개월 넘게 고생했다.

-출연자를 고른 기준은.
=시청자들이 각자 자신의 경험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최대한 다양한 유형의 헤어진 커플을 모았다. 또 출연자들의 이상형을 파악해 출연진 안에서 이상형이 존재할 수 있도록 했다. 매일 출연자들을 인터뷰하고,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감정변화에 계속 놀랐다.

'환승연애'는 출연진들이 헤어진 옛 연인이 누구인지는 비밀로 한 채 한 집에서 지낸다. [사진 CJ ENM]

'환승연애'는 출연진들이 헤어진 옛 연인이 누구인지는 비밀로 한 채 한 집에서 지낸다. [사진 CJ ENM]

-카메라와 제작진이 있는데 방송에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낼 수 있을까.
=촬영 기간 3주 동안 카메라 감독은 출연자가 최대한 볼 수 없는 곳에 숨어 있도록 했다. 그렇게 공간 배치를 하느라 많은 노력을 들였다. 출연자들은 적어도 집 내부에서는, 어느 순간 이것이 촬영되고 있는지조차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CJ ENM에서 제작했는데 tvN이 아닌 티빙 오리지널로 방영한 이유는.
=젊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보는 TV)에 더 적합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또 소재 자체가 비난받을 요소가 있기 때문에 유료결재로 보는 시청자들에게 먹힐 수 있다고 봤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얻어 제작진도 고무되어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