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너무 아파 먼저 떠나요" 친구 계부에 성폭행 당한 여중생 유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범죄 피해 여중생 유서 공개…“그만 아프고 싶어요” 

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유서. 이 유서는 A양의 부모가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했다며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했다. [유족 제공]

지난 5월 친구의 계부로부터 성범죄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청주 여중생 A양의 유서. 이 유서는 A양의 부모가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했다며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했다. [유족 제공]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 성범죄 피해 조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여중생 A양의 유서가 공개됐다.

A양 유족은 22일 청주 성안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딸의 유서를 공개하고 피의자 엄벌을 촉구했다. 유서는 최근 유족이 피해 여중생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A양이 숨진 지 3개월 만이다.

A양 유서는 ‘사랑하는 부모님께(우리 가족들 너무 고마워)’란 말로 시작했다. A양은 지난 1월 17일 친구 B양의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서에는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가족에게 미안함이 담겼다. A양은 “나 너무 아팠어. 솔직하게 다 털어주면 좋았을 텐데…. 다 털어버리면 우리 엄마, 아빠 또 아플까 봐 미안해서 못 얘기했어요”라고 썼다.

가해자 처벌도 부탁했다. A양은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어요.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잖아. 그치? 그 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대”라고 했다. 이어 오빠와 부모·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너무 아파서 먼저 떠나겠다. 그만 아프고 싶어서, 혼자 이기적이어서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성범죄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주 여중생 2명을 기리는 추모제가 청주 성안길 사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성범죄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청주 여중생 2명을 기리는 추모제가 청주 성안길 사거리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A양은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가장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 유서에는 “우리 아빠 누구보다 많이 여려서 혼자 아파하실까 걱정된다. 아빠가 나 때문에 걱정 많이하고 잠 못 드는 거 싫어. 편하게 지내셔야 해 꼭”이라고 당부했다.

학교 친구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A양은 “중학교 친구들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 얘들아 너희가 너무 그리워 곁에 있을 때 고맙게 생각하면서 살 걸…. 너희의 소중함을 이제야 느낀다. 내 얼굴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했다. 유서는 “조용히 살고 싶어요. 너무 아팠어 나”라고 맺었다.

앞서 지난 5월 12일 청주시 오창읍 한 아파트에서 A양과 B양 등 여중생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두 여학생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양과 B양은 학교는 다르지만, 친구 사이였다.

피의자는 B양 의붓아버지 C씨였다. C씨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피의자와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의붓딸과 그 친구에게 저지른 성범죄 혐의는 전면 부인했고, 술을 먹이는 등 학대한 혐의만 일부 인정했다.

A양 유족은 “아동·청소년 성폭행은 그 자체가 평상의 삶을 죽이는 살인”이라며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철저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