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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요충 파키스탄서 중국인 노린 자살테러…올들어 3번째

중앙일보

입력

20일 파키스탄 남부 발루치스탄해방군의 자살테러로 숨진 현지 아동 희생자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이날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로 현지 아동 2명이 숨졌다. [AFP=연합뉴스]

20일 파키스탄 남부 발루치스탄해방군의 자살테러로 숨진 현지 아동 희생자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이날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로 현지 아동 2명이 숨졌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요충지인 파키스탄 남부의 과다르항에서 지난 20일 중국인을 노린 자살 테러가 발생했다. 이번 습격으로 현지 아동 2명이 숨지고 중국인 1명과 파키스탄인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올해 들어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중국인 겨냥 테러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미군의 아프카니스탄 철수를 기회로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 세력 확장을 노리는 중국이 민간인 테러라는 복병을 만났다.

발루치스탄해방군, 과다르항서 테러 #2018년 카라치 中 영사관 폭탄테러도 #中전문가 “테러 이어질 듯, 대비 필요”

지난 20일 오후 7시(현지시간) 경 파키스탄 군대와 경찰의 호위를 받은 4대의 중국인 차량 행렬이 파키스탄 남부 발루치스탄주(州) 과다르항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비겁한 공격’을 받았다고 현지 매체 파키스탄투데이가 보도했다. 현지 경찰 소식통은 중국인 차량 행렬이 지날 때 어린 남자아이가 갑자기 뛰어들었으나 사복 군인이 저지하면서 차량 대열의 15~20m 떨어진 지점에서 스스로 폭발했다고 전했다. 현장 부근에서 놀고 있던 현지 어린이 2명이 숨졌으며, 부상을 입은 중국인 1명은 즉시 과다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며 현재 안정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이 발생 당일 심야에 파키스탄 주재 중국 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테러 행위를 강하게 규탄했다. 동시에 파키스탄 내 안보 협력 시스템을 강화해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사관은 또한 파키스탄내 안보상황이 엄중하다며 중국인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는 등 경계심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건 직후 현지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발루치스탄 해방군(BLA)’이 “중국인 엔지니어 차량을 겨냥한 자살 공격”이라고 발표했다. BLA는 2004년 이후 파키스탄이 인정한 테러 공격 가운데 1위를 차지하는 테러조직으로 미국 국무부도 2019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지난 2018년 11월 파키스탄 남부 최대 도시인 카라치 중국 영사관에 폭발물을 가득 실은 차량 테러를 자행하기도 했다. 당시 BLA 대변인은 중국이 자신의 자원을 약탈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 기업과 국민에 대한 추가 공격을 예고한 바 있다.

테러가 발생한 과다르항은 중국 일대일로의 핵심 프로젝트인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CPEC)’의 요충지다. 중국 서부 신장 카스(喀什)에서 시작해 3000여 ㎞에 이르는 가늘고 긴 복도와 같은 지형을 따라 도로·철로·송유관·광통신망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의 종점인 과다르항은 중국의 원유 운송 거리를 85%까지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항구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 군사적 전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은 2015년 과다르항에 대한 43년간 사용권을 획득한 뒤 2016년부터 점유하고 있다. BLA은 중국을 향해 발루치스탄의 천연자원과 토지를 약탈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올들어 파키스탄에서 중국을 겨냥한 테러가 급증세다. 지난 4월 21일 발루치스탄 주의 주도 퀘타시에서 눙룽(農融) 주파키스탄 중국 대사를 노린 폭발 테러가 발생했다. 눙 대사는 호텔로 돌아오던 중이라 피해를 보지 않았다. 지난 7월 14일에는 북서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의 다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차량 폭발 사고로 중국인 9명을 포함한 13명이 숨졌다.

중국 군사전문가인 웨강(岳剛) 전 해방군 총참모부 상교(대령)는 홍콩 명보에 “지난 7월과 이번 테러는 모두 자살 폭탄 테러로 방어가 매우 어렵다”며 “독립 국가 건설을 노리는 BLA는 중앙과 지방의 갈등을 이용해 젊은이 가입을 선동하고 있어 단기간 내에 철저한 소탕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동안 테러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커, 파키스탄 내 중국인들은 충분한 심리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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