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 못하면 어때 실적이 이렇게 좋은데…‘배그’ 파워 오래 간다[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2021.08.22 12:14

업데이트 2021.08.23 16:05

부자들의 놀이터?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공모주 얘긴데요. 지난해부터 열기가 아주 뜨겁죠? 2020년 SK바이오팜, 빅히트(하이브), 카카오게임즈로 예열했다면 올해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까지! 이젠 전 국민의 놀이터! 카뱅은 증거금으로 받았다가 돌려준 환급금만 무려 58조원. ‘극강의 경쟁률+따상’은 이제 낯설지 않은 장면이 됐습니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물론 예외가. 카뱅급이라던 크래프톤 청약은 모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분명 대박이라고 했는데…이달 초 청약 때 모인 증거금은 고작 5조원. 역대 최대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81조원)나 중복 청약이 불가능했던 카카오뱅크(58조3000억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액수죠. 경쟁률도 7.8대 1로 카뱅(178.9대 1)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상장하는 날은 더 충격적. 공모가(49만8000원)보다 약 9% 낮은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따상가면 주당 80만원(정확히는 79만6800원). 소고기 먹으러 가자”던 지인은 연락두절. 아픔은 끝나지 않았으니 이튿날에도 전날보다 10.35% 하락. 투자자들은 집단 패닉. 다행히 빠르게 회복해 지금은 공모가에 거의 닿았습니다.

크래프톤 청약 첫날 한 증권사 창구의 모습. 뉴스1

크래프톤 청약 첫날 한 증권사 창구의 모습. 뉴스1

공모 이벤트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실망할 건 없습니다. 기어서 왔든, 날아서 왔든 일단 큰 장터에 매장을 열었으니 앞으로가 중요하죠. 상장회사의 몸값(주가)이란 게 뭐 특별한가요. 사업이 잘되는가? 돈을 잘 버는가? 이 두 가지가 핵심인데 크래프톤은 별걱정 없어 보입니다. 앞으로 50만원(공모가) 위에서 머물 건지, 아래에 머물 건지 묻는다면 전자의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

게임주 대장은 나, 크래프톤

데뷔 부진했지만…일주일 새 주가 21% 상승

글로벌 흥행 ‘배그’ 지배력+신작 기대감

해외 매출 비중 높고, 이익률도 탁월 

2007년 문을 연 크래프톤은 엔씨소프트 출신 개발자들이 독립해 만든 게임 개발사입니다. 당시 집단 이직 때문에 엔씨소프트와 송사를 치르기도 했죠. 원래 이름은 블루홀이었는데 2018년 크래프톤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아무튼 MMORPG(많은 플레이어가 같은 가상공간에서 동시에 즐기는 롤 플레잉 게임) 최고 실력자가 모였으니 대단한 작품 하나 나오겠구나 했는데 예상대로(장르는 조금 달랐지만)! 바로 2017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배그)입니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배그는 FPS(1인칭 슈팅게임)의 일종. 한 마디로 총싸움이죠. 통상 FPS가 서넛이 팀을 짜 대결하는 거였다면 배그는 최후의 1인 또는 1팀만이 살아남는 배틀로얄 컨셉으로 판도를 확 바꿨습니다. 최대 100명이 비행기에서 떨어진 뒤 무기 등을 얻어가며 싸우는데 점점 좁아지는 구역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쫄깃함이 단연 최고의 매력!

배그는 PC뿐만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로도 즐길 수 있고, 모바일(텐센트와 공동 제작)로도 가능. 출시 5년째인 지금도 엄청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 비결이죠. 2분기 기준으로 매출의 77%를 차지하는 배그 모바일의 일간 이용자(DAU)는 5900만명(2분기 기준). 안정적인 DAU를 유지하는 가운데 2분기 게임 내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전 분기보다 80%나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죠. 한마디로 돈을 잘 벌고 있다는 뜻.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크래프톤

쑥쑥 자란 크래프톤은 이젠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과 함께 게임 빅4로 불립니다. 지난해 크래프톤의 매출은 1조6700억원. 그런데도 2조원대인 엔씨소프트·넷마블은 물론이고 1위인 넥슨(일본에 상장)보다 몸값(시가총액)이 비쌉니다. 고평가 논란이 있는 이유죠. 하지만 이익률은 빅4 중 가장 좋습니다. 2분기만 해도 매출은 가장 적었지만, 영업이익은 1742억원으로 제일 많았죠. 매출 성장 속도 역시 빨라서 2~3년 안에 역전이 나올 수도.

더 큰 기대를 품을 만한 이벤트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배그 모바일의 후속작, 뉴스테이트의 출시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죠. BTS의 신곡 발표 같은 느낌이랄까요. 텐센트와 함께한 배그 모바일과 달리 이번엔 독자 개발.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시작은 좋습니다. 주력 시장인 중국을 제외하고도 글로벌 사전예약자가 2700만명을 넘어섰는데 최근 출시된 게임 중에선 단연 돋보이는 페이스!(물론 기존 배그 유저를 잠식할 가능성은 있지만)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크래프톤의 몸값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테마 중 하나는 ‘오직 배그 뿐’이라는 점. 물론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면 더욱 좋겠지만 그 하나의 지배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그리 큰 약점이랄 것도 없습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하나로 20년 넘게 MMORPG 최강자로 군림해온 것만 봐도 그렇죠.

물론 ‘넥스트 배그’는 필요하겠죠.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 같은 신작 개발도 당연히 진행하지만 크래프톤은 단순히 게임에만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합니다. 배그 등 인기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변주를 시도하겠다는 건데요. 간단하게는 워크래프트나 툼 레이더의 사례를 떠올릴 수 있겠고, 요즘 트렌드로 넓히면 메타버스도 떠오르네요. 당연히 물음표가 따라붙겠지만 ‘게임회사 그 너머’란 장기적인 방향성도 후한 점수를 줄 만합니다.

배틀그라운드. 셔터스톡

배틀그라운드. 셔터스톡

중국 리스크는 우려할 만한 포인트. 중국에서 배그 모바일은 텐센트가 서비스하고, 크래프톤은 기술자문료를 받습니다. 글로벌 흥행작이 대부분 그렇지만 중국 비중이 워낙 큰 데, 최근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는 건 부담 요소.

그래서 인도를 대안으로 밀고 있는데 ‘배그 모바일 인도’는 최근 누적 다운로드가 5000만건을 돌파! 현재 1억 달러인 인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2024년까지 연평균 32% 증가할 전망(신한금융투자)입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게임 빅4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이 기사는 8월 2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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