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음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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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해말 기준, 우리 나라 성인의 1인당 연간 술 소비량은 소주·맥주·막걸리 합해 1백68병이다. 소련에 이어 세계 두 번째인 이 수치는 우리국민의 술 선호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실제 직장동료 몇만 모여도 술 얘기가 많이 나올 정도로 음주문화는 우리생활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술이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하거나, 잘 알고 있더라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술은 적정량을 마실 경우 몸에 그다지 해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에 따라 체질이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양을 정하기는 곤란하나 보통사람의 경우 하루 맥주1병 정도는 건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서울대의대 서정돈 교수(내과)는 말한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도 하루평균 5병 이상의 맥주를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한 술자리에서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도 좋지 않지만 더욱 나쁜 술 습관은 「과속」음주다. 술을 급하게 마시면 위·간 등에 일시적으로 충격이 가고 이에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음까지 하게되기 때문이다.
또 술은 그 자체가 높은 열량을 지니고 있으므로 비만한 사람의 경우 비만을 더욱 부채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술은 열량은 높지만 영양소가 골고루 갖춰진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인체 내 영양균형을 깨뜨릴 우려가 있다.
술만 마시고 식사를 거르거나 안주를 제대로 챙겨먹지 않는 사람은 더욱 영양실조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영양상의 불균형과 함께 술 속의 알콜은 때때로 인체를 해치는 독으로 작용한다. 알콜은 위와 장에서 소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핏속으로 흡수돼 간으로 이동한다. 알콜은 간에서 분비되는 탈수소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각 장기에 손상을 주는 유독물질로 간세포의 정상적인 활동을 저해한다.
이 같은 알콜의 독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간이 알콜을 서서히 흡수할 수 있도록 음주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음주 전에 위가 비지 않도록 안주나 식사로 배를 채우고 ▲얘기나 노래를 하는 등 천천히 술을 마시며 ▲간의 해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차 술을 마시는 일이 없도록 숙취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중 안주의 경우 우리 나라 사람들은 기름기가 많은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기름진 안주는 부담 많은 간을 더욱 괴롭히는 꼴이다.
술에 적당한 안주는 식물성 고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등이다. 이들은 알콜이 간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고 비타민부족을 메워주기 때문이다.
또 고혈압·당뇨·심장병 등 성인병이 있는 환자는 술을 끊거나 매우 약한 술을 아주 조금만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들 환자의 경우 짭짤한 술안주를 먹는 것은 꼭 피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경우 연말연시나 주말 등에 폭주가 많은데 이는 가장 나쁜 술 습관이다. 술자리가 잇따라 계속될 때는 평소 자신의 주량보다 훨씬 적게 마시는 것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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