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개방” 라오스(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경제는 꾸준한 개혁으로 활기/정치는 아직도 독재 청산못해
인도차이나반도의 사회주의국가인 라오스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수도 비엔티안 중심가에서 소가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은 이전과 다를바 없으나 자동차ㆍ오토바이의 통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라오스 최대시장인 비엔티안 시내 다라사오에는 의료품ㆍ전기제품ㆍ귀금속 등이 다채롭게 진열되어 있다.
라오스의 집권 인민혁명당이 지난 86년부터 추진해온 경제개혁ㆍ개방이 착실하게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면의 개혁 발걸음은 그다지 큰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소ㆍ동구와 같은 복수정당제의 도입은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구 43만명의 비엔티안 시내에는 최근 3개의 디스코테크가 문을 열었다.
밤이 되면 젊은이들이 오토바이에 연인을 태우고 디스코테크에 모여들어 춤을 추는 광경도 과거에 보지 못하던 것이다. 시내에는 소ㆍ일제 수입자동차들이 질주하는 것도 큰 변화다.
자동차ㆍ오토바이는 늘고 있는데 시내에는 교통신호기가 없어 교통사고가 크게 증가한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가이손 라오스 총리는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양국간 경제협력방안을 협의하는등 경제개방정책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오스의 경제개혁을 촉발시킨 배경에는 우선 소련으로부터의 지원이 크게 줄어든 것을 들 수 있다.
라오스주재 소련기술자가 한때는 2천∼3천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7백∼8백여명으로 줄어든데서 소련지원 격감을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라오스로서도 자구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었고 경제개혁ㆍ개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눈부신 경제적 변화에 비해 정치개혁은 아직 느린 실정.
라오스에서는 올 12월께 실시될 헌법개정을 위해 관청이나 회사등에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또 라오스 국기에서 사회주의의 상징인 낫ㆍ도끼가 사라지고 「사회주의」라는 용어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복수정당제의 도입등 실질적인 정치민주화는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헌법개정 이후에도 현집권 인민혁명당의 일당독재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는 경제면의 개혁ㆍ개방정책이 보다 활발히 추진되어 라오스 국민들의 생활이 풍족해지면 사정은 달라질 것 같다.<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