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가 아닌데도 … 1억원에 팔린 '요즘 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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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씨가 자신이 만든 청자를 안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백 년 된 고려청자가 아닌 현대 작품에서 억대의 청자가 탄생했다. 화제의 작품은 전남 강진군 대구면 청자촌에서 '도강요'를 운영 중인 윤도현(63)씨가 만든 '청자상감당초문호'(靑磁象嵌唐草文壺)'. 높이 100㎝, 몸통 둘레 320㎝의 이 청자는 최근 충북 청주시에 사는 60대 사업가에게 1억원에 팔렸다.

이 작품은 지난달 강진군에서 열린 청자문화제의 명품전에 특별 전시돼 외형이 완벽하고 곡선이 아름답고 은은한 빛을 띠어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전통 청자 제작기법을 사용해 표면에는 진사(辰砂) 당초 무늬를 양각으로 새기고,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학과 국화 무늬로 장식했다.

윤씨는 "흙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주저앉는 것을 막기 위해 물레 위에 올려놓고 청자의 위치를 자주 바꿔가며 건조하느라 제작 기간이 5개월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청자를 만드는 데 들어간 흙은 300㎏으로, 1300도의 고열로 굽는 과정에서 모양이 뒤틀리지 않도록 장작 가마 대신 안전성이 높은 가스 가마를 이용했다.

윤씨는 "판매가격 1억원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것 외에 청자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뻐했다.

약사 출신인 윤씨는 27년 전부터 도예작업을 해 왔으며, 지난해 말 사단법인 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에 의해 청자부문 '대한명인'으로 추대됐다. 그는 8월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명인전에 2006마리의 학을 새긴 높이 110㎝, 몸통 둘레 190㎝의 작품을 비롯해 높이 100㎝ 이상의 대작 10점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강진=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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